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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 후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당 내부적으론 분열 양상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12시쯤부터 국회에서 3시간여에 걸쳐 열린 국민의힘의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집권 여당에서 하루아침에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한 무기력감 등이 팽배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속한 집권 정당을 뜻하는 여당(與黨)이란 표현도 대통령 파면으로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자 “폐족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3선 의원)는 자조섞인 표현이 쏟아졌다. 특히 반탄파(탄핵 반대파) 의원들은 찬탄파를 향해 격앙된 발언을 쏟아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나경원ㆍ 정점식 의원은 “단합도 좋지만, 기강을 잡아야 한다. 탄핵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하고 적극적으로 언론에 알렸던 사람들에 대해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의원도 “80석, 90석의 소수정예가 되더라도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같은 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 의원은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임종득(왼쪽부터) 국민의힘 의원과 유영하, 정점식 의원 등 당 소속 의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현실화한 조기 대선을 두고도 “우린 폐족이 됐다. 다가오는 선거는 이기기 힘들다”(김기현 의원)는 무력감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아예 자포자기 한 듯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친윤계 의원들조차도 ‘사실 탄핵이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해서 광장에 나갔던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조배숙 의원이 ‘원래 5(인용) 대 3(기각 또는 각하)이 맞았다. 정형식 재판관이 막판에 돌아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다들 흘려듣는 분위기였다”라고 전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우리가 국민의 객관적 관점으로부터 너무 멀어져 있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송석준 의원은 “남 탓하지 말자. 그래도 지난 탄핵 때와 달리 당이 분열하지는 않지 않았나. 이제 단일대오로 소통하면서 가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 일각에선 “우리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대선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한다. 찬탄파로 분류되는 의원은 “우리가 오늘 공개적으로 무슨 말을 하겠나. 조용히 듣다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회에서 비공개로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를 함께 지켜봤다.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가 내려진 6분 후, 닫힌 회의실 문이 열리자 굳은 표정으로 단상 앞에 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미리 준비한 종이를 꺼내 “헌재 결정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생각과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헌재 판단은 헌정 질서 속에서 내린 종국적 결정”이라며 “이 결정을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길임을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권 위원장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듯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나 극단적 행동이 있어선 안 된다. 분열과 갈등을 멈추고 공동체 회복의 길로 가야 한다”며 “이게 진정 대통령과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질책과 비판을 모두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의총 모두발언에 앞서 90도로 고개를 숙인 뒤 3초간 침묵 끝에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착잡하다”고 운을 뗐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나게 됐다. 국민께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 판결을 겸허하게 수용한다. 마음은 아프지만 헌재 결정은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게 바른 정치의 길이며, 분열과 정쟁을 먹고 사는 민주당과 결정적으로 다른 우리 당의 진면목”이라고 했다.

지도부는 조기 대선도 공식화했다. 권 원내대표는 “두 달 후면 대선”이라며 “모든 차이를 털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시간은 촉박하지만 절대로 물러설 수 없고 져서는 안 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특히 “피와 땀과 눈물로 지키고 가꿔온 대한민국 미래를 위험천만한 이재명 세력에게 맡길 수 없다. 우리부터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공개 의총에선 권영세 위원장이 “내 거취를 포함해서 논의를 해달라”고 했지만, 당내에선 당 지도부가 사퇴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선 의원은 “대선 앞두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 말미에 “하루이틀 더 숙고하고 6일 의총을 다시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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