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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하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에 모인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미리 준비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박정연 기자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11시22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자 탄핵 촉구 참가자들은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했다. 기쁜 마음으로 미리 준비한 샴페인을 터트린 이들도 있었다.

탄핵을 반대하던 시민들은 애지중지하던 성조기를 바닥에 떨구며 실망하거나, 격분하기도 했다. 헌재의 탄핵 선고 직후 우려됐던 폭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얼싸안고 ‘만세’ 부른 시민들…샴페인도 터트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일인 4일 오전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시민들이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문 권한대행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 모인 탄핵 찬성 측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얼싸안았다. ‘탄찬’ 시민들은 문 권한대행이 주문을 낭독하기 전 탄핵 소추가 정당하고 헌재의 심판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히자 탄핵 인용에 대한 기대감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문 권한대행의 발언이 계속되자 “나이스!” “파면되겠다!”라면서 즐거워했다.

문 권한대행이 또 윤 전 대통령의 헌법 위반 행위가 파면에 이를 만한 행위라고 밝히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탄핵 찬성 측 참가자들은 문 권한대행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내질렀다.

문 권한대행이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적 이익이 국가적 손실 압도할 정도”라며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파면 주문을 낭독하자 해병대예비역연대 소속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한 샴페인을 터트리며 즐거워했다. 옆에서 함께 한 시민들과 얼싸안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집회 무대 차량에서는 탄핵 집회 주제가처럼 자주 불린 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퍼졌다. 시민들은 환하게 웃으며 노래를 따라불렀고, 저마다 준비한 응원봉을 들고 흔들었다. “기분이 너무 좋다”고 외친 참가자들은 울컥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집회 사회자는 “주권자인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

용산구 한남동 윤 전 대통령 관저에 모인 탄핵 반대 측 참가자들은 얼굴이 붉어지고 낙심한 표정이 역력했다. 문 권한대행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격분했다. 한 참가자는 뉴스 화면이 안 보이는 듯 앞자리에 태극기를 들고 선 이들에 대해 “야 앞에 태극기 좀 내려봐”라면서 소리 질렀고, 다른 참가자들도 탄식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한 참가자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의 상징이었던 성조기를 바닥에 떨궜다. 파면 선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무슨 소리야?”라며 황당한 표정을 짓거나 울부짖는 이들이 많았다. 관저 인근에 모인 많은 이들이 파면 선고가 나온 뒤 허탈한 표정으로 눈물 흘리며 집회장을 떠났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 우려됐던 탄핵 찬반 단체나 집단적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헌재 인근의 경찰 차벽을 둔기로 훼손한 남성이 공용물건 손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일인 4일 오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재 선고 생중계를 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밤새워 ‘파면 선고’ 기다린 시민들

탄찬 시민들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전날부터 농성하며 밤을 지새웠다. 서울지하철 안국역부터 송현공원 일대까지 모인 시민들은 등산용 방석이나 돗자리를 깔고 앉았고, 집회용 무대에 준비된 방송 차량에서 나오는 뉴스 보도를 지켜봤다. ‘바위처럼’ 등의 민중가요도 곳곳에서 흘러나왔고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거나 북을 치며 흥겹게 춤을 추는 이들도 보였다.

집회장 곳곳에는 시민들이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염원하는 마음을 적어둔 색색의 리본이 매달렸다. 리본에는 ‘8대0 파면’ ‘민주주의가 승리한다’ ‘윤석열 없는 나라 안전한 나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참가자들은 개별적으로 ‘윤석열 즉각 파면’ 같은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온 이들도 많았다. 손수 만든 피켓에는 ‘민주주의 네버다이(민주주의는 절대 죽지 않는다)’ ‘역사적 현장에 그만 있고 싶다’ 같은 내용이 담겼다.

탄핵 선고 전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도 탄핵 찬성 측 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방 빼”라는 구호를 외쳤다. 대부분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시민들은 탄핵 인용을 확신하는 듯 보였다. 광화문 인근 집회에서처럼 각종 노래가 흘러나왔고, 흥겹게 흥얼거리는 시민들이 많았다.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준비한 컵라면, 귤차 같은 차와 간식, 핫팩 같은 방한용품도 집회장 한쪽에 준비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 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는 탄핵 촉구 집회가 3일밤부터 4일까지 이어졌다. 이예슬 기자


탄핵 찬성 측 집회가 열리는 곳 인근에서 반대 측 집회도 열렸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국민변호인단’은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대통령 복귀 환영 집회’를 열었다. 붉은 모자와 각종 배지, 태극기와 성조기로 꾸민 참가자들은 ‘Yoon is back’(윤 대통령은 돌아온다‘) ’체제 전쟁 승리‘라는 표어를 걸고’제2의 건국대통령 윤석열‘이라며 환호했다.

극단적 발언을 쏟아냈던 전광훈 목사는 “헌재 재판관들 감방 갈 준비해. 저녁까지 국민 저항권 시작하야해 이 자리 떠날 수는 없다”며 “국민 저항권으로 내일 토요일 대한민국을 뒤집어놓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저와 대통령실 인근에서 윤 전 대통령의 복귀를 바라던 이들은 파면 선고가 나오자 하나둘 흩어졌다.

이날 경찰 비공식 추산 탄핵 찬성 측 집회 참가자는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과 한남동 관저 인근에 1만6000명이 모였다. 탄핵 반대 집회도 한남동 관저 인근에 1만6000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가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현희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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