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물가상승·소비위축 조짐…값싼 수입품 선호 저소득가구 더 타격
"소비자 지출 미 경제활동 3분의 2 차지…엔진 멈추면 여파 급속 확산"
"소비자 지출 미 경제활동 3분의 2 차지…엔진 멈추면 여파 급속 확산"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워싱턴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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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세계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가운데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 소비자라며 미국 내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든 국가에 부과되는 '10%+α' 상호관세는 다른 나라의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에 따라 미국 기업이 받는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이지만, 부메랑이 돼 미국 소비자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제품 인상으로 이어져 미 소비자들에 전가되고, 이는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일부 경제학자들은 관세율 인상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며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구축한 한 모델에 따르면 '극단적' 시나리오에서 수입품에 대한 높은 세금이 핵심 인플레이션을 1.4%∼2.2%포인트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월 예일대 예산연구소(Budget Lab)는 미국이 다른 국가의 관세 및 부가가치세(VAT) 수준에 맞출 경우 미국의 실질 관세율은 13%포인트 상승하고 소비자 물가는 1.7∼2.1%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에는 이날 기본관세인 10%를 훌쩍 웃도는 상호관세가 부과돼 소비자 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은 신규 주택과 자동차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금융 등 소비자 서비스 전반에 확산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저소득 계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는 앞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가구당 평균 연간 5천200달러의 부담을 줄 것이라고 추정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트럼프 관세로 "부유층보다 지출의 더 많은 부분을 상품 구매에 쓰고 저렴한 수입품을 선호하는 저소득 가구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물가는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수출을 기다리는 자동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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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 구매 시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상승률은 전년 및 전월 대비 모두 지난 1월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1월(2.7%)보다 확대됐다.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지수는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상대적으로 더 잘 반영한다.
근원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지난해 1월(0.5%)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 경제의 근간이 되는 소비 지출도 위축되고 있다.
2월 명목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4% 증가해 0.5% 증가를 예상한 전문가 전망을 밑돌았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증가율은 전월 대비 0.1%에 그쳤다.
3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2.9(1985년=100 기준)로 2월(100.1) 대비 7.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의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도 3월 65.2로 전월 대비 9.6포인트 급락해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인들이 관세에 대비해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로 사람들은 새로운 관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알 때까지 지출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리안츠 트레이드 노스 아메리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댄 노스는 "소비자에게는 소비 의지와 소비 능력이 필요한데, 지금은 소비 의지 없고, 소비 능력도 줄어들고 있다"고 짚었다.
상호관세 당위성 역설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워싱턴 AP=연합뉴스]
소비 지출의 부진은 단순히 가계 지출이 줄어드는 수준을 넘어 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CNN 방송은 "소비자 지출은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 엔진이 멈추면 경제적 여파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서치 업체 FwdBond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크리스 럽키는 "소비자는 경제에 어두운 구름이 드리우는 것을 보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다시 소비하지 않으면 이번 자신감 하락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이 금리 인하 속도를 지연시켜 기업 활동 부진과 일자리 감소의 악순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
실제 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당초 올해 4회에 걸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2회로 줄였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 때문이다.
이미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관세가 본격 반영되면 물가 상승률은 더욱 올라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리 인하는 또다시 지연되고 미 경제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단행한 관세만으로도 미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조세 분야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의 보고서는 최근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등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0.4% 줄고, 일자리가 30만개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26년 미국인의 가처분 소득이 평균 1.0% 줄어들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상호 관세로 가처분 소득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미국이 가장 큰 수출 감소 피해를 볼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상호 부과에 대해 같은 수준의 보복 관세 조치가 나오면 미국 수출이 66.2% 감소해 전 세계에서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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