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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잘나가던 미국 경기와 증시가 갑작스럽게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애써 외면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도기에 불가피한 현상이긴 하지만 경기침체가 우려된다”고 직접 언급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변동성이 심한 주가가 아직은 우려되지 않는다”며 증시 부진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 전환점 맞는 미국 경기미국 경기와 증시 활황세가 꺾이는 것은 주로 정책 요인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집중적으로 부과했던 관세에 따른 ‘부메랑 효과’가 미국이 더 빨리 나타나고 있다. 정책 일관성 면에서 바이드노믹스 지우기에 따른 ‘금단 효과(withdrawal effect)’도 경기와 증시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우려되는 것은 경기와 증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점이다. 국가 부도가 우려되는 여건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국채를 발행해 경기와 증시 부양을 도모하다간 구축(驅逐) 효과로 경기와 증시를 안정시키는 것보다는 국가 부도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통화정책도 여의치 못하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실해질 때까지 금리 변경 등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Fed의 전통인 명료성(clarity)을 어기고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에클스의 실수’와 ‘볼커의 실수’를 동시에 저지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물가가 안정된 것도 헤드 페이크(head fake·일시적인 추세 이탈)가 될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년 9월 이후 물가가 상승하는 추세 속에 2월 들어 갑자기 떨어졌기 때문이다. 3개월 이동평균으로 전월비 방식의 기조 효과를 제거하면 여전히 상승 국면에 놓여 있다.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경기와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제3의 수단이 필요한 때다. 주목되는 것은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민간 부문만 고려한 국내총생산(GDP), 즉 총수요 항목별 소득 방정식인 Y=C+I+G+(X-M), Y: 성장, C: 민간소비, I: 설비투자, G: 정부지출, X-M: 순수출)에서 G 항목을 제외해 재추계하자는 제안이다.

머스크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과 주무 부서인 상무부의 하워드 러트닉 장관도 동조하고 있다. 재정적자가 성장률을 최대 2%포인트를 훼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G 항목을 제외해 GDP를 재추계하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성장률이 제고되면 주가도 한 단계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지표는 특정국에 속한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 새롭게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합산한 것으로 대표적인 거시경제지표다. 포괄범위에 따라 국민총생산(GNP), GDP, 국민순소득(NNI), 국민처분가능소득(NDI), 국민소득(NI), 개인가처분소득(PDI)으로 구분된다.

국민소득 개념 가운데 GDP가 처음부터 특정국 경제를 판단하는 ‘절대 지표’는 아니었다.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측정하려는 시도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태동됐던 1800년대부터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 논의가 구체화된 것은 경제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부양책을 쓰기 위해 정확한 통계가 필요했던 1930년대 대공황 시기다.

이때부터 거시경제 분석이 소득 측면에 초점이 됐기 때문에 GNP를 소득통계의 중심지표로 삼아왔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GDP의 유용성이 더 높아졌다. 글로벌화 진전으로 국제자본 이동과 기술이전이 활발해짐에 따라 “우리 국민이 얼마나 벌었나”보다 “우리 땅에서 얼마나 물건을 만들었나”를 보는 게 유용했기 때문이다.

각국도 소득통계의 중심지표를 GDP로 바꾸기 시작했다. 유럽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1970년대 중반, 미국은 1991년, 독일은 1992년, 일본은 1993년부터 GDP를 도입했다. 한국도 국제 추세에 맞추어 1995년부터 GNP에서 GDP로 변경해 발표했다. 다른 신흥국도 대부분 1990년대에 도입했다.

미국 경제 흐름을 보면 GDP 통계가 개발돼 경제정책에 활용된 이래 과거와 같은 큰 폭의 경기순환은 사라졌다. 대량의 예금인출, 금융공황, 장기실업도 발생하지 않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 등이 GDP 통계편제를 20세기 경제 분야에 최대 발명품으로 평가했던 것이 이 때문이다.
◆ 관세정책 변경 필수로?하지만 특정국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데 중심지표로 자리 잡은 후에도 GDP에 대한 비판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른바 ‘삶의 질’ 논란으로 “국민의 행복은 GDP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지표가 많이 개발됐다. 대표적으로 1972년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부탄 국왕의 ‘GNH(Gross National Happiness·국민총행복)’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국민행복 차원에서 GDP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세계적인 석학을 초빙해 ‘스티글리츠 위원회’가 결성됐다. 한국도 이명박 정부 때 ‘그린 GDP’를 만들려는 계획을 추진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2014년 4월부터 미국 상무부가 처음 발표했던 GO(Gross Output·총생산)다. GDP는 최종 생산재만 계산하다 보니 중간재가 오가는 기업 간 거래를 파악하지 못하고 소비 비중이 너무 높아 경제정책에 혼선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GO는 중간재 생산까지 모두 합산해 기업가의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가 있다.

GDP와 GO의 차이를 산에서 채취한 생나무로 가구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알아보자. 가구 제품을 만들려면 널빤지가 필요하고 널빤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통나무, 통나무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나무가 있어야 한다. 이때 통나무와 널빤지는 최종적으로 가구 제품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중간재다.

동일한 최종 재화라 하더라도 중간 단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GDP와 GO의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GO는 ‘만드는 경제(make economy)’, 즉 경제의 공급 측면을 잘 보여주는 잣대로 평가되고 있다.

2012년 이후 한국의 국민소득을 GO를 산출해 보면 GDP보다 연평균 150% 더 많게 추계된다. 국민소득을 GO로 추계했다면 코스피지수가 이미 4000선(GDP 기준 코스피 3000선 기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연도별로 보면 해가 갈수록 GO로 추정된 국민소득이 GDP로 파악된 국민소득보다 더 높아지는 것도 미국과 다른 점이다.

1930년대 대공황을 맞아 미국 경제 상황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사이먼 쿠츠네츠에 의해 고안된 GDP 개념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평가받아 왔다. 기업가에 불과한 머스크에 의해 개편되면 미국 학계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 제안이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 대부분 미국 경제학자는 ‘개편’이 아니라 ‘조작’이라고 평가절하한다.

현시점에서 미국 경기와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전환점의 발단이 됐던 관세정책을 변경시키는 일밖에 없다. 미국 국익 위주의 ‘노이먼-내시식 이기적 게임’(카르타고 평화 방안)보다 모두가 이익이 되는 ‘섀플리-로스식 공생적 게임’(케인스식 평화 방안)으로 바뀌면 미국 경기와 증시는 다시 활황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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