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기흥사업장(본사) 전경. 삼성SDI 제공
금융당국의 유상증자 중점 심사제를 두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상증자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와 삼성SDI 모두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컸으나 금융당국이 삼성SDI의 경우 큰 문제를 삼지 않으면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2조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삼성SDI는 지난달 28일까지 증권신고서를 두차례 자진 정정하는 것을 끝으로 나머지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화에어로의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투자자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는 것이 중점 심사의 취지라는 입장이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사회가 상황을 감안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했는지 투자자에게 세세히 설명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도 이날 “삼성SDI는 증권신고서에서 자금사용목적이 구체적으로 제시가 됐고 한화에어로는 사용 목적 기재가 미흡한 차이가 있다”면서 “증권신고서로 유상증자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그러나 지난 2월말 유상증자 중점심사제를 도입한 취지를 고려하면 유상증자가 가져올 주주가치 훼손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두 회사의 유상증자 모두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삼성SDI만 금융당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통상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시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만큼 기업의 자금조달 방법 중 후순위로 꼽힌다. 삼성SDI는 업황 악화로 주가가 추락하고 있는 와중에 유상증자(2조원 규모)를 추진하면서 주식가치가 더 크게 떨어졌다.
특히 삼성SDI의 증권신고서를 보면, 자금조달 목적과 이유가 명시되어 있지만 주주와 충분한 소통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 또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보유한 투자자산 매각’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 등도 명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소한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약 9조원 가치)을 매각하거나 또는 현금을 빌리는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 3분의 1만 팔아도 유상증자 조달자금인 2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분을 15% 보유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대주주인 삼성전자도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2023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삼성전자에 지분을 매도하겠다고 협상하거나 현금을 지금이라도 빌리자고 움직였어야 했다”며 “지금은 총수를 위해서 일반주주를 희생시킨다는 얘기인데 당국이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이유로 상장사의 정정신고서를 수차례 반려하고 중점심사 사안으로 포함한 만큼, 지침이 일관되지 않을 경우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지배구조를 분석하는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금감원이 상법개정을 찬성하고 이번 사안에 허가를 내줬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엇갈린 신호를 주면 투자자들은 고민스러운 만큼 금융당국이 일관성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