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 있을 유전자 이야기.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혁신과 도약으로 머지않아 펼쳐질 미래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전성시대를 앞서가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한 소개와 관련 지식을 해설한다.불현듯 다가온 AI혁명처럼
회춘도 불시에 현실 가능성
시르투인 등 물질연구 진전
ⓒ게티이미지뱅크
가장 오래 산 인류로 기네스북에 오른 분은 118세까지 살고 2023년 사망한 프랑스 여성이다. 인류 두 번째 장수 인물은 2024년 117세에 사망한 스페인 여성이었다. 최근 이 스페인 할머니의 생물학적 특성을 분석한 논문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공개됐는데, 그 논문을 소개하는 기사들의 제목 모두 할머니의 장수 비결은 특정 유전자가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정작 기사 본문에는 유전자 이름이 나오지 않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해당 논문에 유전자 하나가 아니라, 상당히 많은 숫자의 다수 유전자들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해당 논문은 하나의 실험으로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소위 오믹스(Omics) 연구법을 사용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여러 가지 오믹스 연구 방법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멀티 오믹스' 연구 방법을 사용했다. 그야말로 한 사람에게서 얻은 시료들을 대상으로 어마어마한 빅데이터를 생산하고 분석하는 연구였는데, 이런 연구는 분석 결과도 특정 유전자 한두 개로 정리되지 못하고 다수 유전자에 대한 검토로 정리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해당 논문에서는 300여 개에 가까운 유전자가 거론된다. 우선 면역, 신경, 심혈관 등 다양한 신체 기능에 관련된 유전자 13개와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관련된 유전자 5개가 언급된다. 그리고 기타 주요 기능에 관련된 유전자 14개와 추가로 230개 단백질 유전자를 장수 유전자 후보들로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유전자가 수명 결정에 동시에 작동하는지, 혹은 어떤 위계질서에 따라 차례로 작동하는지, 아니면 또 다른 기작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우리가 수명 연장 실현을 위해 필요한 빅데이터들은 계속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오래 산 사람의 세포를 분석하는 대신, 효모나 선충, 초파리 같은 다양한 실험 동물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실험에서는 많은 장수 유전자 후보들이 개별적으로 발견됐다. 대표 유전자는 SIRT 유전자들이다. 1970년대 효모에서 Sir2라는 최초의 '시르투인' 단백질 유전자가 발견됐는데, 30년가량이 흐른 2000년경에 시르투인 단백질 양이 많아지거나 기능이 활성화되면 효모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초파리, 생쥐를 비롯해 사람에게서도 시르투인 유전자들의 기능이 발견되면서 장수 유전자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그래픽=송정근
특히 NMN(니코틴산 모노 뉴클레오타이드)이라는 물질을 섭취하면 체내에서 NAD+라는 물질로 변하면서 시르투인 유전자의 활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려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포도과 식물의 껍질에 많은 '레스베라트롤' 성분이나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메트포민' 성분도 시르투인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밖에 선충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age-1'이라는 유전자 기능이 저하되면 선충의 수명이 2배까지도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daf-2라는 유전자도 기능을 저하시키면 선충 수명이 2배가량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초파리에게서도 OSER1 유전자나 OXR1 유전자가 활발하면 수명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연구를 포유류로 확장시키고 있다.
그래픽=송정근
생쥐에게서도 염증과 관련된 주요 유전자 중 하나인 IL11(인터루킨11) 유전자 기능을 차단하면 수명이 25%나 증가하는 사실이 발견됐다. 인터루킨11에 대한 항체는 이미 사람에게 폐 섬유증 치료제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관련 약물이 노화 지연 혹은 수명 연장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불로장생을 위한 유전자 연구의 결실이, 어느 순간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는 옛말을 그야말로 옛말로 만드는 기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환석 한림대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 R&D 기획실장·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