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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중심 자유무역 주도국이 다시 관세장벽 앞장서…국제 분업체제 요동
한미FTA 형해화 불가피…韓, 새 합의·수출선 다변화 모색할 듯
4년 미만으로 제한된 '트럼프의 시간'…美 인플레 악화 여부 등 변수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금지]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메가톤급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함으로써 '신(新) 보호무역 시대'로의 전환에 중대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상호관세는 보편관세 성격의 기본관세와 국가별 관세, 두 가지로 구성됐다.

전세계 각국에 10%의 기본관세를 오는 5일부터 부과하고, 거기에 더해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감안해 책정하는 국가별 관세를 9일부터 추가로 부과한다는 것이 이날 발표의 요지다.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관세와 상호관세 중 택일을 고민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결국 두 관세를 모두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전에서 가장 사랑하는 단어가 '관세(tariff)'라며 작년 대선 때부터 관세 드라이브를 공약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집권 이후 불법체류자 추방과 함께 관세 영역에서 가장 충실히 공약을 이행해왔다.

지난달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예외 없이 25% 관세를 부과했고, 오는 3일부터 자동차와 주요 자동차 부품에 역시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와 더불어 취임 이후 중국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총 2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고, 유예 결정을 하긴 했지만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으로 묶인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25%의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을 '미국 해방의 날'로 규정해온 것에서 보듯 이번 상호관세는 취임 이후 해온 관세전쟁의 '정점'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상호관세는 관세 장벽을 낮추는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세계화 물결을 주도했던 미국이 그 물결을 '무역보호주의'로 역진시키는 상징적 행보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2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제조업 강국으로 우뚝 섰던 미국은 20세기 후반부터 무역자유화의 흐름을 이끌며 국제적 분업 시스템을 만들었다.

시스템의 정점에 서 있는 미국은 반도체 분업체계에서 알 수 있듯 제조업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가진 '설계자' 내지 '주문자'로 자리매김했고, 지금은 미국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 자유무역 체제가 미국 내부 산업을 금융·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제조업을 쇠퇴시키는 한편, 미국의 무역적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등 미국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인식이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출발점이다.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며 경제 및 안보의 생명줄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를 경험하고, 중국과의 전략경쟁에 필수적인 군함 제조에 크게 뒤쳐진, 제조업 위기의 단면을 목도한 미국은 이전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제조업 재건 행보에 나섰다.

다만 바이든 전 대통령이 제조업 기반 유치를 위해 자국 세금에서 나온 '보조금'을 국내외 기업에 내걸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출혈 없이 주로 대미 수출국에 부담을 지우는 관세에 승부를 걸었다.

여기에는 미국 대선의 향배를 가를 러스트벨트(rust belt·미 오대호 인근의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의 민심을 얻는 정치적 동기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지배적이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이 이처럼 보호주의의 상징인 관세 카드를 빼들면서 WTO 중심의 자유무역 체제는 출범 30년만에 중대 위기에 직면했다.

당장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양대 교역 상대들이 맞불관세를 준비 중인데서 보듯 미국발 관세에 다른 나라들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태세다.

미국과 그 밖의 세계가 서로 주고받기 식으로 관세 장벽을 높일 경우 파장은 전세계로 확산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당장 한국을 비롯, 미국과의 FTA를 통해 관세를 대부분 폐지한 나라들은 맞불 관세 대열에 합류할지, 초강대국의 일방적 약속 파기를 감내하며 새로운 합의를 모색할지를 고민하게 됐다.

특히 대표적으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군에 속한 한국은 FTA 체결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FTA 비체결국인 일본(24%)보다 높은 25%의 상호관세율이 적용됨에 따라 대미 무역은 물론 전체 무역에 상당한 충격파가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미국내 생산 기반 확대에 나선 것에서 보듯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림으로써 최대 수출 대상국인 미국 시장을 유지하는 방법과, 수출선 다각화에 나서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궁극적으로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전세계 무역질서의 방향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갈지 여부는 결국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달린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당장 세수를 확충하는 것과 더불어, 미국내 제조업 기반 복구를 꿈꾸고 있지만 이미 두 번째 임기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4년이 채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 해석 논쟁을 예고하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띄운 상황이지만 3년 9개월여 남은 '트럼프의 시간'이 지나면 미국의 정책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대대적인 대미 투자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인 것이다.

그리고 대대적 투자를 통해 미국내 제조업 기반이 재건되기 전까지는 미국 소비자들은 좋든 싫든 관세라는 혹이 붙은 수입 완제품 또는 수입 부품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트럼프발 관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를 짓눌러온 인플레이션을 다시 심화하는 새로운 도전으로 부메랑이 돼 미국 소비자들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출혈 없는 승전'을 위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지만 그것을 지렛대 삼아 각국과 협상에 나섬으로써 미국산 수입량 확대와 상대국의 무역장벽 제거 등의 양보와 국가별 상호관세를 맞바꾸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 이후 각국과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누차 밝혀왔다.

또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를 관세율 면에서 차등 대우한 만큼 저가의 외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 제한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선'은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것이 미측 의중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발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 자체가 세계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지운다는 점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단기간내 경기 침체를 촉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지만 트럼프발 '관세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조기에 제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상황에 대한 더 많은 '확실성' 확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왜냐하면 우리의 연구가 말해주듯 불확실성은 더 장기화하면 할수록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일 평택항에서 선적 기다리는 한국산 자동차들
[평택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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