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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아닌 손으로 뚝배기 만들기 꼬박 5일
다이소 판매가 묶여 중소업체 마진은 줄어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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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의 장기 침체 속에 다이소가 유통업계의 신흥 공룡으로 떠오르고 있다. ‘5000원 이하 균일가’를 앞세운 전략이 소비자의 헐거워진 주머니 사정과 고물가 환경에 맞아들어가서다. 결산 전인 2024년 매출은 4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5년 전에 견줘 두 배 가까운 성장이다.

하지만 납품업체들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다이소의 가파른 성장을 두고 이들이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는 다이소에 납품 중이거나, 한때 납품했던 국내 제조업체를 만나 다이소의 유통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케이(K)-뚝배기의 반전

“국내산 뚝배기 아니면 전자레인지에서 다 터져요. 원료 자체가 달라요.”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에서 뚝배기 제조업체 보령세라믹을 운영하는 강석칠(72) 대표를 만났다. 강씨는 5년 남짓 다이소에 뚝배기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 2월 유튜브에 ‘5000원짜리 다이소 뚝배기를 대량 생산하는 과정’이라는 홍보 영상을 올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5000원이라 중국산인 줄 알았는데 신뢰도 올라간다’, ‘들인 노력 대비 진짜 저렴하다’ 등의 댓글이 무더기로 달렸다.

이날 강씨는 뚝배기 품질을 높이려면 국내산 원료로 만든 내열토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업체 뚝배기는 보령산 머드를 원재료로 하는 내열토로 만든 덕택에 강한 열에도 잘 버틴다. 인공합성물질 등이 포함된 제품은 조금만 열을 가해도 쉽게 깨져버린다. 중국 등 국외 업체도 한국 원재료를 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다이소 뚝배기 제조업체 보령세라믹 공장 모습. 박지영 기자

약 300평(1평=3.3㎡) 규모의 공장에는 강 대표를 포함해 모두 5명이 뚝배기 제조 공정을 맡고 있었다. 강 대표는 “흔히 다른 생활·주방용품들처럼 뚝배기도 자동 생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공정마다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점토를 반죽하며 기포를 제거하는 토련 과정부터 뚝배기 모양을 잡는 정형, 건조된 뚝배기 표면에 보령 머드가 함유된 유약을 묻히는 시유 작업까지 모두 사람 손을 거쳤다. 1250도 가마에서 약 16시간을 굽고 난 뒤 마지막 불량품 검수 작업까지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일 정도로, 하루에 약 1000개의 뚝배기를 생산한다.

현재 보령세라믹의 전체 생산량 가운데 다이소 납품 비중은 70%에 이른다. ‘다이소 유튜브 영상 덕에 이익이 많이 늘었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란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다이소에선 판매가격을 5000원에 묶어두고 있어 매년 마진(이익률)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5000원 중 제조업체에 떨어지는 건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인건비 등 고정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다이소 납품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건 다른 판로 확보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전에는 그래도 한 달에 한 번꼴로 다른 유통업체 쪽에서 주문이 들어왔지만, 요즘엔 3개월에 한 번꼴로 주문이 들어온다. 경기 불황 탓에 음식점 폐업도 많아졌고, 다이소 같은 대형 유통업체를 제외한 중소 유통업체들 사정 역시 열악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다이소 뚝배기 제조업체 보령세라믹 공장 모습. 박지영 기자

초저가 비결은 ‘납품처 바꾸고 또 바꾸기’

다이소의 초저가 정책의 비밀은 ‘끊임없는 대체 납품업체 찾기’에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 늘어난 비용 탓에 1000원짜리 제품을 납품하던 업체가 “납품을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하면, 보통 유통업체는 판매 가격을 올려 기존 업체와의 거래를 유지한다. 하지만 다이소는 대체 업체를 ‘어떻게든 찾아내’ 납품 업체를 변경한다고 한다. 단 하나의 수요자만 존재해 독점력을 행사하는 ‘수요독점시장’에 가까운 납품시장 구조인 셈이다.

청소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ㄱ씨는 이 경쟁에서 밀려난 경우다. 다이소에 납품을 하다 지금은 거래를 중단했다는 뜻이다. ㄱ씨는 “요즘 인건비, 플라스틱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 최근 다이소 납품하던 업체들이 마진이 남지 않아 손들고 나오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신제품 출시를 위한 샘플 작업 비용, 불량 제품을 처리하는 물류비용 등도 납품업체들 몫이다.

다이소에 주방용품을 납품 중인 제조업체 대표 ㄴ씨는 “1000원 판매 가격에 맞게 신제품 샘플을 만들어 갔는데, 만약 다이소가 품질 문제 등으로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그 샘플 개발·제작 비용 모두 제조업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다이소 물류센터에 가보면 중국 등에서 오는 수입품이 부쩍 늘었다. 국내 업체들이 원가 압박을 심하게 받고 납품을 중단하다 보니 다이소가 국외 거래처를 확대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중소 제조업체들은 다이소를 여전히 거래선으로 잡고 싶어 한다. 최근 경기 불황 속 오프라인 유통 업체 가운데 대량 납품을 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다이소가 유일하다. 다이소에 납품하면 인건비 등 최소한 고정비는 건질 수 있다. “어찌됐든 공장은 유지할 수 있으니까.” ㄴ씨의 말이다.

또다른 생활용품 납품업체 대표 ㄷ씨도 “이익을 많이 내려고 납품하는 게 아니라 다이소는 박리다매식으로 공장을 유지하기 좋은 유통 채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쿠팡 등 온라인 채널은 다이소만큼 물량을 많이 사주지 않는다. 또 자사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제조업체가 단가를 더 깎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상생이 다이소의 과제

“다이소가 물류센터를 크게 새로 짓는다거나 점포 확장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제조업체 이익이 거기에 얼마나 녹아들어 갔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전국 곳곳에 점포가 생기는 다이소를 보는 ㄴ씨의 말이다. 그는 “초저가 정책도 좋지만,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지면서 제조업체 사정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다이소가 중소업체와 상생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다이소는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경영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다이소의 성장이 납품업체의 동반 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현재 다이소에 납품하는 국내 업체는 모두 700여곳, 국외 업체는 3600여곳(35개국) 정도다. 상생을 말하는 다이소의 이익률은 다른 유통업체에 견줘 높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다이소의 영업이익률은 조금씩 하락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7~8%대에 이른다. 이마트의 이익률(별도 기준, 2024년)은 0%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에선 납품업체의 이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다이소가 국내 중소 납품업체와 상생 노력을 좀 더 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다이소 뚝배기 제조업체 보령세라믹 공장 모습. 박지영 기자

이와 관련해 다이소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상승 등으로 공급업체도 같이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공급업체의 힘든 부분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개선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과 제품 품질 유지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다이소도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본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다이소가 만든 저가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납품업체들의 생존이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최대 1만원까지 가격 인상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다이소는 1997년 첫 출점 이후 두 차례 제품 가격의 상한선을 변경했다. 500원·1000원·1500원·2000원대의 4가지 가격대 제품을 판매하다 2004년 3000원대 제품군을, 2006년엔 5000원대의 제품군을 추가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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