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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연합뉴스


분당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을 위한 선도지구 지정 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통합재건축을 할 것인지 제자리 건축을 할 것인지를 놓고도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1차 선도지구로 지정된 분당 양지마을에서 일부 단지 소유주들이 ‘제자리 재건축’을 주장하면서 재건축 진행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동안 단지별로 진행되던 재건축사업에 익숙하던 소유주 입장에서는 통합재건축이라는 새로운 조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막상 동의를 하고도 의의를 제기하는 소유주가 많았다. 동의를 했으니 끝났다는 것이 아니라 동의 과정에서 소유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했고 소유주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럼 문제가 되고 있는 통합재건축이란 무엇인가. 통합재건축은 두 개 이상의 단지를 합해서 하나의 조합하에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압구정 한양아파트도 통합재건축통합재건축을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하나의 필지를 여러 단지가 공유하기 때문에 통합재건축이 아니고는 재건축사업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이다. 강남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예전부터 통합재건축으로만 추진을 해왔는데, 이는 통합재건축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통합재건축이 아니면 재건축 자체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당 아름마을 태건한(태영, 건영, 한성) 아파트도 같은 경우이다. 하나의 필지를 세 개 단지가 공유한다. 이런 상태에서 만약 한 개 단지가 단독으로 자신이 점유한 대지 위에서 재건축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한다면 나머지 두 개 단지와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 법적으로 남의 땅 위에 재건축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두 번째 이유는 소규모 단지들을 연합하여 대규모 단지를 만들고자 함이다. 대규모 단지가 되면 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유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예를 들어 소규모 단지가 수영장 시설을 갖춘다면 고정비 성격의 운영비를 몇 안 되는 입주자들이 분담해야 하므로 가구당 관리비가 상상 이상으로 높아진다. 하지만 대규모 단지의 경우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건설 측면에서 보면 대형 건설사의 참여 가능성이 높다. 소유주 입장에서는 대기업 브랜드 단지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소규모 단지가 난립하는 것보다는 대규모 단지 위주로 도시계획을 짜는 것이 더 쉽고 유리하다. 예를 들어 자투리 상가를 단지별로 여러 개 만드는 것보다 대규모 상가가 모여 있는 상권을 형성하는 것이 도시계획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유인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주민들 간 의견을 모으기가 개별 재건축에 비해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재건축 사업이 재개발 사업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지분제라는 점이다.

일부 사람들은 본인 동이 위치한 곳을 본인이 소유한 땅이라고 착각한다. 101동에 사는 사람은 101동이 깔고 있는 대지가 101동 소유주의 땅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우리 동은 지하철역과 가까우니 재건축 후에도 지하철역 가까이에 배정받게 해달라”, “우리 동은 한강 조망권이 있으니 재건축 후에도 조망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분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본인이 깔고 있는 땅은 본인 소유가 아니다.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건물의 경우는 정확한 주소가 나오지만 대지의 경우는 지분만 표시된다. 예를 들어 ‘50,000㎡분의 50㎡’와 같은 식으로 표시가 되어 있는데 이는 단지 전체의 면적이 5만㎡이고 그중에서 본인은 50㎡를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때 본인이 소유한 50㎡의 땅은 특정 위치에 소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단지 전체 중의 일부만 지분 형태로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후 단지 배정은 본인이 거주하던 동과 다른 곳에 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자리 재건축 시 ‘용적률 인센티브’ 없어
이 경우 로열동에 거주하던 사람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동 간에 입지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지 지분이야 그렇다 쳐도 건물의 위치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서 감정평가액이 다른 것이다. 같은 동이라도 로열층과 1층의 감정평가액이 다른 이유와 같다.

만약 현재 위치에서 재건축을 고집한다면 재건축사업이 아니라 리모델링 사업을 하는 것이 맞다. 리모델링 사업은 현재 위치에서 기존의 구조물을 활용한 도시재생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건축의 경우는 전면 철거를 하고 동의 배치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자리 재건축이라는 개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가 점유한 위치에 건물만 새 아파트로 바꾸어 달라”는 일부 조합원 때문에 재건축사업의 동의율을 높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듯 같은 단지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데 대지지분도 다르고 입지도 다른 여러 단지를 하나로 묶어서 통합재건축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선도지구 지정은 정부나 소유주들이나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너무 서두른 면이 있다. 물론 선도지구에 지정되었다고 재건축사업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통합재건축조합 설립을 위하여 70% 이상(기존은 75%)의 소유주들의 동의서를 확보해야 하니 반대 의사가 있는 소유주들은 그때 거부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통합재건축에서 ‘제자리 재건축’은 없다. 허가를 내주는 지자체에서 인센티브를 주면서까지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난개발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여러 단지를 묶어서 재건축을 하기 때문에 기존에 주거시설이 들어서 있던 곳에 커뮤니티 편의시설이 들어설 수도 있고 상가가 있던 곳에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단지를 현재와 같이 그대로 재건축한다면 굳이 통합재건축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정부에서 약속한 용적률 인센티브도 주지 않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

다만 과거에 받았던 동의서에는 이런 내용을 소유주들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재건축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을 때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통합재건축뿐만 아니라 과도한 기부채납을 문제 삼는 소유주들도 많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선도지구에 뽑히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과도한 기부채납’ 등 사업성을 크게 훼손하는 민감한 사안조차도 따져보지 않고 동의서에 서명하는 소유주들이 많았다.

그런데 재건축사업이 본궤도에 올라가면 본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추가분담금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안 소유주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산 너머 산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작년에 지정된 선도지구는 1차이다. 올해 2차분도 선정이 되고 내년 이후에도 선도지구 지정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문제만 점점 키울 뿐이다. 재건축사업성이 없는 단지라도 정부(지자체)에서 정한 기준에 맞추면 선도지구에 지정되는 현재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최종 목적이 재건축사업이지 선도지구 지정 자체가 아니다. 소유주들 간에 의견 조율이 되지 않는 경우는 아예 선도지구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재건축 조합 설립이 되지 않으면 선도지구 지정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선도지구 지정 요건과 재건축사업의 인가 조건을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쉽게 말해 선도지구 지정 요건을 따로 만들지 말고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 동의서를 먼저 받아서 신청을 하는 단지부터 재건축을 허가해주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는 동안 조합 내부에서 소유주 간의 의견 조율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 분쟁 소지가 없는 단지부터 재건축사업을 허가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재건축사업은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 쌓인 산과 같다. 정부의 우려처럼 모든 단지들이 한꺼번에 재건축 인가를 신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소유주 간 의견 일치가 그리 쉽다면 40년이 넘도록 재건축을 하지 못하는 단지는 없었을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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