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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여행 : <2> 화장 시설에 대한 고찰

편집자주

완숙기에 접어든 '장청년'들이 멋과 품격, 건강을 함께 지키며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화장률 오르는데 시설 태부족
일본은 고속도로 휴게소 옆에
지자체·주민, 함께 머리 맞대야




Q :
50대 남성 K다. 지난겨울 아흔을 넘긴 아버지가 ‘겨울 독감’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돌아가셨다. 숙고 끝에 화장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화장 시설 예약이 꽉 차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하루 더 안치실에 모신 후 4일째 되는 날, 서울도 아닌 경기도의 한 시설을 이용해 겨우 화장할 수 있었다. 마지막 가시는 길이라도 편히 모셔야 하는데, 그마저도 내 힘이 닿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원하는 날짜와 장소에 맞춰 화장 예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A :
전국 화장 시설 예약은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운영하는 ‘e-하늘 장사 정보 시스템’에서 가능하다.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 모두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해 순서대로 예약이 진행된다. 하지만, 겨울철 등 사망자가 많은 날에는 원하는 날짜에 예약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이 멀리 ‘원정 화장’을 하거나 ‘선택적 4일장’을 치르는 등 불편을 겪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화장률 93.8%, 사망자 36만 명(2024년 기준)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화장시설 수를 늘리지 않고, 원하는 날짜와 장소에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

화장률 4배 급증… 이유는?



1998년 경기 북부지역 폭우로 이 일대 공원묘지가 대거 유실됐다. 이에 조심스럽게 거론되던 매장 문화 문제점이 부각됐고, 시민단체 및 언론, 뜻있는 시민들의 참여로 화장유언남기기운동이 펼쳐졌다. 정부도 화장 위주의 정책을 추진, 현대화한 화장장과 봉안 시설이 점차 늘어나면서 화장률 급증에 일조했다. 1994년 20.5%이던 화장률이 지난 30년간 4배 이상 급증했다.

문제는 정작 화장 시설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98년 45개소에서 2025년 기준 62개소로 단, 17개소 증가에 불과했다. 급한 대로 기존 시설에 화장로를 더 설치했고, 구형 화장로를 최신형 화장로로 교체해 효율을 높였다. 사망자가 급증할 때는 가동시간을 연장하여 화장 횟수를 늘렸다. 사망자 수는 2029년 40만 명, 2060년 7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통계청)되는데, 현재 시설로는 역부족이다. 이는 고인의 존엄과 시민의 기본권리를 침해하는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구치 화장장 전경. 이정선 교수 제공


‘문화공간’이 된 다른 나라의 화장장



현재의 장례 관습을 고수하기보다는 다양한 장례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와 주변 주민들의 이해가 절대적이다. 2018년 개원한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구치 화장장은 고속도로 휴게소와 붙어있다. 여기에는 지역특산물 상점, 역사 자료관, 키즈 카페와 어린이 공원이 있다. 주민 휴식 공원과 지역경제에 도움 되는 시설을 화장장과 결합시킨 사례다. 더불어 고속도로가 화장장과 주민 주거 지역을 분리해 준다는 점에서 입지선정이 매우 흥미롭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피아노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체르니, ‘가곡의 황제’ 슈베르트 등 수많은 예술가가 영면한 오스트리아 빈 중앙묘지. 인근 주민에게는 산책 공원이며, 여행자들에게는 일부러 시간을 쪼개어 꽃을 들고 찾아오는 명소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시설 보수를 위해 입장료를 받기로 한 것이 논란이 될 정도다. 빈 중앙묘지 건너편에는 화장 시설과 봉안 시설이 함께 있지만, 도시 이미지와 품격이 주검을 처리하는 죽음의 도시가 아니라, 죽음이 있어 빛나는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장사 시설은 단순히 죽은 자를 처리하는 공간과 시설이 아니라, 고인과 마지막으로 작별하는 ‘고별과 배웅’ 행위를 통해 죽음을 수용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모두 생애 마지막으로 이용하는 필수 시설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 역시 장사시설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례를 치르는 기능적 시설 외에도, 자연과 어우러지는 쾌적한 환경, 다양한 편익 시설을 갖추어, 슬픔에 잠긴 유가족이 경건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어야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협력자로서, 돌아가신 분을 위한 상징화된 사후 복지시설이 건립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주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장청년 늘푸른_이정선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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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을지대 장례산업전공 교수·미국 장례지도사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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