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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2000년 대형산불 뒤 절반은 '조림 복원', 절반은 '자연 복원' 추진
소나무·참나무 우거져 산림 형태 갖췄지만 토양은 절반가량 회복


대형 산불 30년…강원 고성 산불피해지 현재 모습
[촬영 류호준]


(강원 고성=연합뉴스) 박영서 류호준 기자 = 임도(삼림관리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아직 새잎이 나지 않아 앙상한 참나무가 즐비한 강원 고성군 죽왕면 야촌리 일대 산림.

1996년과 2000년 잇따른 산불로 막대한 산림 피해가 났던 이곳의 한편은 소나무를 심는 '조림 복원'을 택했고, 다른 한편은 인위적인 개입 없이 자연적으로 본래 모습을 찾아가도록 두는 '자연 복원'을 택했다.

이곳은 산불 피해지 복원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림 복원이냐, 자연 복원이냐'라는 논쟁의 시작점이다.

정부는 1996년 고성 산불 이전까지 산불 피해지 복구는 무상 의무조림 등 인위적인 복원에 치중했지만, 고성 산불 이후 자연 복원 유도를 가미한 복구정책으로 전환했다.

2000년 4월 무려 2만3천794㏊라는 막대한 산림 피해를 낸 뒤 '조림 복원 51%, 자연 복원 49%'의 비율로 복원이 진행된 이곳은 현재 소나무 숲과 참나무 숲이 모두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맨눈으로 봤을 때 조림지는 나무가 비교적 비슷한 높이로 우거져 있는 반면, 자연 복원지는 나무의 높낮이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뿐 조림지와 마찬가지로 빽빽하게 우거져 있었다.

동해안은 산에 암반이 많고 토양이 척박해서 산불에 강한 활엽수가 생육하기 좋은 조건이 아니라고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자연적인 '내화수림대'가 형성될 수 있었을까.

대형산불 30년…강원 고성 산불피해지 현재 모습
[촬영 류호준]


1996년 산불 피해지 복원 당시 국내에서 '자연 복원'을 처음 주장했던 정연숙 강원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원래 자연의 순서"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숲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변화하는 '천이' 과정을 들여다보면 한해살이풀→여러해살이풀→키 작은 관목→빛이 많은 곳에서는 잘 자라지만 그늘진 곳에서는 자라지 못하는 '양수성'의 키 큰 나무(소나무류)→양수성과 반대인 음수성의 키 큰 나무들(참나무와 단풍나무 등) 흐름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바로 소나무류가 들어온 상태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한 것이 지금 현 상태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소나무는 그늘진 큰 나무 밑에서 작은 나무가 자라질 못하지만, 참나무는 자랄 수 있다"며 "산불로 소나무가 사라진 곳에 이미 생장을 기다리고 있던 맹아(움싹)력이 강한 참나무가 올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보전되고 있는 국립공원에 소나무 숲이 별로 없고 단풍나무가 즐비한 것이 바로 양수성 나무→음수성 나무의 단계로 넘어간 상태라고 부연했다.

"소나무는 절대로 동해안에 적지적수(適地適樹·한 입지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수종의 나무)가 아니에요. 동해안은 토양이 척박해서 소나무가 적지다? 이건 생태학자들에겐 황당한 말이에요. 천이 과정은 누구의 주장이 아니라 교과서적인 내용이에요."

산불 뒤 다시 움트는 희망
(고성=연합뉴스) 2019년 4월 4일 강원 동해안을 덮친 대형 산불이 난 지 3주가 26일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 산림의 불타버린 그루터기 옆에서 다시 싹이 움트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피해지 피해 정도(심·중·경) 파악을 거쳐 장마철 산사태와 토사유출을 막기 위한 사방사업을 진행하는 응급 복구 이후 정밀 조사를 한 후에 조림 복원과 자연 복원으로 나뉜다.

산림청은 산불 피해를 봤더라도 수관층(숲의 층상 구조 중 최상)이 살아 있거나, 움싹이 많이 발생하는 등 숲이 살아날 수 있는 지역은 자연 복원을 적용한다.

조림 복원은 경제수조림, 경관조림, 송이복원조림, 내화수림 등 산림의 기능을 고려해서 진행한다.

산림청은 자연 복원의 경우 초기 투입비용이 적고 토양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조림 복원은 목재 생산이나 송이와 같은 고부가가치 임산물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이를 조화롭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조림은 자연적으로 절대 복원되지 않는 곳에 하거나, 조림한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임지생산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조림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며 조림은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불의 흔적
(양구=연합뉴스) 2022년 4월 강원 양구군 국토정중앙면 청리의 인공 조림지역 뒤로 불길에 탄 산림이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은 2016년 산불이 난 뒤 이번 대형 산불로 다시 산림 피해를 봤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림 복원과 자연 복원의 우열을 떠나 산불로 인해 파괴된 생태계가 완전히 회복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 형태를 갖추는 데만 30년 이상, 생태적 안정 단계에 이르기까지 최소 10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강원 고성지역만 놓고 보면 이미 산림 형태는 갖췄지만, 토양은 50∼60%가량 회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교수는 "복원의 기준을 정확히 정해야겠지만, 수관층이 덮고 있는 면적이 10% 이상이면 초기 숲으로 복원됐다고 보는 게 세계적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양만 잘 보존하면 숲을 되살아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자연 복원해야 한다"며 "그래야 토양 훼손도 적고 숲도 굉장히 빨리 복원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조림 복원이냐, 자연 복원이냐'라는 논제로 되돌아갔을 때 어느 하나가 무조건 정답이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복원 현장에서는 여전히 딜레마로 남아 있어 논쟁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산림 70%가 주인이 있는 '사유림'으로, 산주들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수종을 원하기 때문이다. 송이를 얻기 위해 잿더미가 된 소나무 숲에 다시 소나무를 조림하는 상황이 단적인 예다.

국산 목재 자급률이 2023년 기준 18.6%에 불과해 목재 수입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목재 생산 측면에서도 조림이 더 낫다는 견해도 있다.

이영근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숲을 보는 분들은 생물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산주들은 소득을 원하고, 주민들은 아름다운 경관을 원한다. 같은 산이지만 보는 눈이 다르고, 원하는 게 달라 산림 복원은 늘 어렵고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화롭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량한 강릉산불 피해지
(강릉=연합뉴스) 2023년 4월 대형산불이 발생한 강원 강릉시 경포 일원에 피해목 벌채가 이뤄지면서 곳곳에 나뭇더미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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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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