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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l 도올 김용옥

기각·각하는 ‘민생 파멸’ 재앙 초래
윤석열 위헌·위법은 국민에 각인돼
‘인과 의’를 해치는 길로 가면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항쟁이다
도올 김용옥. 백소아 기자 [email protected]

1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킨 지 120일이 되는 날이다. 넉달이 흐르는 동안 한국 사회의 혼란과 분열은 더욱 깊어졌고, 이 불확실성에 마침표가 찍히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도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심판 선고를 촉구하는 도올 김용옥의 특별기고를 싣는다.
환웅이 천부인을 지니고 신단수 아래 신시를 펼친 후에 아사달 조선의 사람들이 이토록 애절하게 한마음으로 하나의 소식을 기다린 적은 없었다. 그 하나는 무엇인가? 좌든 우든, 고(高)든 하(下)든, 국민 모두가 예외 없이 기다린 그 하나의 소식은 무엇인가? 그것은 복음이다! 그것은 복된 소식이요, 기쁜 소식이다. 그것이 바로 윤석열의 파면이다!

윤석열의 파면, 즉 윤석열의 탄핵소추안 인용은 윤석열 개인의 차원으로 종료되는 심판이다. 대통령은 그 선임제도가 살아 있는 한 계속 그 위(位)가 이어질 수 있다. 신속히 처리되면 국가의 안위가 흔들리지 않는다. 인용은 윤석열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그 업보를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자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탄핵소추안의 기각이나 각하는 국가의 정도(正道)를 무너뜨리고 대규모 항쟁의 혼돈 속에 민생을 파멸시키는 재앙을 초래한다. 탄핵소추가 소송 조건을 구비하지 않았다고 심의 자체를 하지 않는 각하는, 본 소추안에 적용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함께 국민 모두가 이미 치열한 심의를 거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의 후에 기각을 내린다면, 그것은 국민 모두의 상식에 위배된다. 윤석열의 위헌 행동, 아니 헌법의 존립 자체를 거부하는 비상식적 언행은 국민 모두에게 각인된 것이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혹자는 나의 논의가 우파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우파들의 목소리가 건강한 상식 대중의 목소리에 못지않게 크다고 말할 것이다. 우선 윤석열의 파면 문제는 좌·우라는 이념의 굴레에서 찬반이나 시비를 논할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흥망의 문제이며 헌정질서 자체의 존립의 문제이다. 아무리 우파라 할지라도 윤석열이라는 품위 없는 막가파식의 초라한 개체를 대통령으로 모시고 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파의 목소리가 큰 것처럼 착각하는 이유는 첫째, 헌재가 심의 기간을 비상식적으로 늘려 우파를 격동시켰기 때문이요, 둘째, 몰지각한 여당이 그러한 난동을 조직적으로 동조했기 때문이요, 셋째, 윤석열 측근의 모사가 맹목적이고 종말론적인 종교단체들을 선동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제출되었을 때, 너무도 상식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다고 믿었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헌재 재판관들은 국민 대중의 편에 서서 국가를 위기에서 구원하리라고 믿었다. 국민 대다수가 마음을 졸이면서도 막연한 믿음 속에서 재판관들을 격려하는 아름다운 심성을 유지했다. 민생이 파탄지경에 이르러도 원망 없이 거리로 나섰다. 평화를 기원했고 하느님의 구원을 확신했다. 재판관은 정감이나 선입의 개념에 치우친 인간의 마음에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마음으로 헌법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리라고 믿었다. 우리는 헌재 재판관들을 하느님으로 모셨다. 홍익인간의 보편사의 열망이 실현되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헌재 재판관들이 매우 단순한 이유, 그들에게 밀어닥치는 정념이나 이념에 의거한 정치편향성 때문에 건강한 콘센서스(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확정적인 사실인 것처럼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폭탄처럼 날아드는 화마 속에 몸을 던지며 불을 끄고 있을 때에도, 헌재 재판관들은 하찮은 정치적 바긴(흥정) 속에서 주판을 놀리는 한심한 행태에 빠져 있었다는 소문이 들리는 것이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올해가 을사년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그 공화국 됨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다. 헌재는 법률 자체가 헌법에 위배되는가 아닌가를 따지는 초사법적 고등기관이다. 그곳의 판사는 헌법의 조문을 넘어서서 헌법 그 자체를 해석하는 비상한 권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인(仁)과 의(義)를 해치는 잔적(殘賊)의 짓을 하고 있다니! 이들이 을사잔적(乙巳殘賊)이 되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니? 두 환갑 전 을사년에는 우리나라가 사라진다는 것조차 국민 대다수가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일본과 같은 외환이 나라를 집어삼키는 것이 아니라, 을사잔적의 내우가 자신의 나라를 때려부수는 것이다. 내부의 지배권력이 인욕에 사로잡혀 천리를 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건전한 상식을 수호하는 우리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말을 하기를 꺼려한다. 그러나 우리의 싸움이 윤석열 내란 세력과의 투쟁, 그리고 그들의 오판을 불러일으키는 을씨년스러운 봄바람과의 투쟁이라고 한다면 그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

항쟁이다! 항거다! 뒤엎는 것이다. 나가자! 우리 모두 4월의 황무지를 헤매야 한다.

티에스(T. S.) 엘리엇은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고 했다. 우리 모두 잔인해져야 한다!

나는 기도한다. 눈물을 흘린다. 하늘이시여! 이 민족을, 이 나라를 구원하소서. 헌재 재판관들께서 두뇌 아닌 가슴에 용솟음치는 사랑의 복음을 전파하게 하소서. 복음이여! 울려퍼져라!

도올 김용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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