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공매도 재개 첫날인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76.86포인트(3.00%) 내린 2,481.12에 장을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4원 오른 1,472.9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뉴시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나중에 사 갚는 공매도가 31일 재개됐다.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허용된 건 5년 만이다. 증시는 크게 하락했다. 코스피는 3%나 추락, 2,500선마저 내줬다. 삼성전자는 다시 5만 원대로 주저앉았고, 일부 이차전지 종목은 10% 넘게 폭락했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1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1,472원까지 치솟았다.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시장 충격을 공매도 재개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발표(2일)가 임박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한 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4%나 급락했다. 그러나 그동안 공매도 금지로 왜곡돼 있었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진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것도 한몫했다.

공매도는 선진 금융시장에선 모두 허용하고 있는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때 손해가 커지는 걸 막아주고, 주가에 거품이 끼는 걸 차단하는 역할도 해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주로 기관과 외국인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빈번, 증시 하락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인식됐다. 주식을 빌리는 조건 등도 개인보다 유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도 지목됐다.

그러나 공매도를 금지한 후에도 증시는 기대한 만큼 오르지 않았다. 부작용이 있다고 틀어막고 보는 식의 처방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분 재개했던 공매도를 2023년 11월 다시 금지한 건 총선을 염두에 둔 포퓰리즘 성격도 컸다. 이후 한국 증시는 외국인들의 차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했다. 정부 규제와 정치가 언제든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나라란 인식에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다. 이런 비정상이 더는 있어선 안 된다. 외국인이 돌아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공매도 재개를 계기로 한국 증시는 다시 글로벌 스탠더드로 돌아가야 한다. 너무 비싼 수업료를 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512 4일 오전 11시 尹탄핵 선고… 권성동 "판결에 승복"·박찬대 "만장일치 인용" 랭크뉴스 2025.04.02
47511 성낙인 "尹대통령과 여야, 헌재 선고 전 승복 선언 나서야" 랭크뉴스 2025.04.02
47510 따봉 이후, 53명이 죽었다 [기자메모] 랭크뉴스 2025.04.02
47509 토허제 유예 5일간 ‘막차’ 신고가 속출… 재지정 후 ‘규제 사각지대’ 경매 쏠림 랭크뉴스 2025.04.02
47508 美백악관 '상호관세, 한국시간 3일 오전 5시부터' 확인... "트럼프 발표 즉시 발효" 랭크뉴스 2025.04.02
47507 '국회 침탈' 122일 만에‥'심판의 날' 잡혔다 랭크뉴스 2025.04.02
47506 [팩트체크] 우리나라는 대규모 지진에 안전하다? 랭크뉴스 2025.04.02
47505 상장 마구 시키더니 결국 일 터졌다… 제값보다 비싸게 팔린 ETF 랭크뉴스 2025.04.02
47504 "이대로면 '내전'…헌재 선고에 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가야" 랭크뉴스 2025.04.02
47503 [샷!] 1천원 학식과 42만원 한끼 랭크뉴스 2025.04.02
47502 청각장애 딛고 네일리스트로…'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확대 랭크뉴스 2025.04.02
47501 올해 첫 ‘래미안·자이 공공주택’ 공모…1兆 규모 사업에 건설사 ‘눈독’ 랭크뉴스 2025.04.02
47500 ‘세계 최대’ 자율주행 허브 노리는 中 우한… 정부가 끌고, 기업이 민다 랭크뉴스 2025.04.02
47499 ‘점유율 1위, 맛은 꼴찌’... 오비맥주 카스, ‘맥주 미슐랭’에서 낙제점 랭크뉴스 2025.04.02
47498 국세청 무료 종합소득세 ‘환급서비스’ 인기에... 세무 플랫폼 ‘삼쩜삼’ 고사 위기 랭크뉴스 2025.04.02
47497 백악관 "상호관세 2일 트럼프 발표 즉시 발효…車도 예정대로" 랭크뉴스 2025.04.02
47496 美, 한국시간 3일 오전5시 상호관세 발표…관세전쟁 글로벌 확대 랭크뉴스 2025.04.02
47495 카더라 따라 전략도 바꿨다, 여야 떨게 한 헌재 설설설 랭크뉴스 2025.04.02
47494 박범계 “헌재 선고일 지정은 ‘이견 해소’…윤석열 복귀해도 국민이 끌어낸다”[스팟+터뷰] 랭크뉴스 2025.04.02
47493 美백악관 "상호관세, 2일 트럼프 발표 즉시 발효"… '20% 보편관세' 카드 급부상 랭크뉴스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