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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삼성은 中·현대차 美 ‘전략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일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처음으로 택한 해외 출장지는 중국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22일 출국해 28일 귀국하기까지 역대 최장인 일주일 동안 중국에 머무르며 베이징과 선전을 왕복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 2015년 보아오포럼 이후 10년 만에 회동한 점이 눈에 띈다. 독대가 아닌 중국발전포럼(CDF)에 참가하기 위해 방중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브로드컴, 퀄컴, BMW, 메르세데스-벤츠, 화이자 등 글로벌 기업 CEO 40여명과 함께 만난 자리였지만, 이 회장이 이번 중국 출장에 각별히 공을 들인 것은 삼성 사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 총수의 전략적 판단이 배경에 깔렸다는 평가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중국으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64조9275억원에 달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삼성전자 전체 매출(209조522억원)의 31%를 차지한다. 중국은 매출 기준으로 국내(20조2978억원)는 물론 미주(61조3533억원) 유럽(29조967억원)을 뛰어넘는 가장 큰 시장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삼성전자 반도체와 TV 등 가전 사업은 중국에서 비교적 순항 중이지만 스마트폰은 점유율 0%대로 존재감이 없을 만큼 로컬 업체에 뒤처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현지 정보기술(IT) 기업 등과 협업을 통한 현지화 전략으로 점유율 반전을 꾀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19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은 ‘반도체도 중요하지만 스마트폰 경쟁력이 삼성전자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이 1% 이상을 차지하는 시점은 언제로 보고 있느냐’ 등 중국 사업에 관한 여러 주주의 질문에 진땀을 뺐다. 당시 노 사장은 “중국 전략의 기본 방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중국 내 차별화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로컬 업체와 서비스 콘텐츠 부분에서 긴밀한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특화 제품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현지 인공지능(AI) 및 IT 업체와 손잡는 ‘적과의 동침’ 길을 택한 것이다. 이 회장이 이번 중국 출장에서 샤오미와 BYD 창업주를 잇달아 만난 것도 전사 차원의 현지화 경영 전략에 최전방 영업사원으로서 총수가 힘을 실은 사례다. 특히 전장 사업에 있어 중국 업체와의 협력이 기대된다.


엇비슷한 시기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미국 정치 권력의 심장부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바로 옆에서 오는 2028년까지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국내 정·재계 인사 중 트럼프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정 회장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일본 소프트뱅크, 대만 TSMC에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미 투자 청구서에 응답한 첫 한국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를 대대적으로 예고하며 자국 내 투자와 생산 확대를 글로벌 기업에 압박 중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미국 내 생산을 늘리면 고관세에 대응하기 수월하고 한국 대비 유연한 고용 제도 덕분에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주에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지어 자동차 강판 공급의 현지화를 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에 일괄 부과한 25% 관세 부담을 덜고 극심한 노사 갈등 후폭풍으로 직장 폐쇄 강수를 둬야 하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 투자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규 제철소는 현대차 앨라배마와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도 인접해 있어 현대차그룹 차원의 자동차 산업 공급망 안정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우리의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투자의 핵심은 미국의 철강과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강화할 60억 달러의 투자”라면서 루이지애나에 신설할 제철소를 비중 있게 소개했다. 이 밖에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올해 말 미국 미시간에 소형원전모듈(SMR) 착공을 추진하며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3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도 구입하기로 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 패권을 중시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입맛에 맞춘 투자 선물인 셈이다.

민간 기업 총수와 CEO가 미국으로, 중국으로 연일 뛰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겁박은 날로 수위를 더하고 있다. 민간 외교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파트너로서 한계가 있으며 정부 간 정상적인 외교 관계 회복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 회장은 HMGMA 준공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협상은 정부 주도하에 개별 기업도 해야 하므로 그때부터가 시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관세라는 것은 국가 대(對) 국가 문제이기 때문에 한 기업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그 관세 정책이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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