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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서울지역 법인택시의 기사난이 심각해 10대 중 6대이상이 멈춰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법인택시회사의 차고지. 뉴스1
서울의 법인택시 업계가 무척 어렵다. 이전에도 경영난을 겪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더 악화됐다. 무엇보다 어려운 건 기사가 없다는 점이다. 승객이 급감한 코로나 기간에 수입이 나은 택배 등 다른 업종으로 대거 빠져나간 뒤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만 527명에서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2만 173명까지 줄어들었다. 감소율이 무려 34%나 된다. 기사 10명 중 3명 넘게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기사 부족은 곧바로 택시 가동률과 직결된다. 기사가 없으면 아무리 택시를 많이 갖고 있더라도 운행을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일부 택시는 아예 휴업처리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법인택시 면허대수(2만 2603대)의 30%가량이 휴업처리 됐다. 참고로 서울의 개인택시 면허대수는 법인택시보다 2배 이상인 4만 9000여대다.

면허대수 대비 실제운행대수를 의미하는 가동률도 2019년에 50.4%이던 것이 지금은 34%까지 떨어졌다. 면허받은 10대의 법인택시 중에 6대 가까이가 휴업 처리됐거나 차고지에서 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지역 법인택시 현황. 자료 서울시

그러다 보니 업체의 운송수입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기사들의 수입 역시 낮은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법인택시 기사의 월 평균 임금은 231만원이다.

게다가 법으로 규정한 법인택시의 전액관리제와 주 40시간 월급제도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두 제도는 택시 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법제화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2023년 말부터 올해 2월까지 법인택시회사 252개 중 185개사의 전액관리제 운영 현황을 조사했더니 70% 이상에서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법 규정과 달리 성과급을 임금과 별도로 지급해 세금을 탈루하거나, 기준금 미달 시 급여 공제 등을 한 것이다.

이처럼 해당 제도들이 당초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법인택시의 인력 및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서울시와 택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지난해 10월 내놓은 방안이 ‘법인택시 임금모델 실증사업’이다.

실증 대상 임금모델은 ▶실차시간 기반 성과급제 ▶보합제 ▶자율운행 택시제(리스제) ▶파트타임 근무제(시간급)이며, 실증기간 2년에 참여 기사는 1000명으로 잡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택시임금 실증사업 개요. 자료 서울시
실차시간 기반 성과급제는 기준금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시간에 따른 고정급을 지급하고, 성과급은 기준금 이상 납입 시 실차시간(요금미터기 작동시간)을 계산해 노·사가 합의한 분배율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합제는 총 운송수입금을 노사가 합의한 비율로 나눠 가지며, 근로시간에 비례한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해주는 내용이다. 이 방식들로 하면 현재(급여 231만원)보다 10~20만원가량 월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서울시 계산이다.

리스제는 기사가 일정금액(월 임대료, 유류비, 차량 보험료 등)을 부담하는 대신 나머지 운송수입금 전체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사실상 법인택시를 빌려 개인택시처럼 운행하는 셈이다. 평균 수입이 32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파트타임 근무제는 택시 운전을 하고 싶지만 주 40시간을 다 채우기 어려운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이다. 소정근로시간을 40시간 미만으로 정하고, 일한 시간에 비례해 시간급을 지급하는 것이다.

송임봉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급여와 근무여건 등을 봤을 때 법인택시에 젊은 기사들이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며 “파트타임제는 체력이나 다른 이유로 주 40시간보다는 짧게 운전을 하고 싶어하는 중장년층을 유인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법인택시 기사 감소 현황. 자료 서울시
문제는 이들 4개 방안이 모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근로기준법 등 현행법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해 실증사업으로 예외를 인정받으려는 계획이었다. 지난해 11월 실증신청을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손형관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은 “주 40시간 월급제가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택시 노사 간의 합의로 새로운 근로 형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게 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신규 기사 유입이 가능할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재의 획일적인 임금체계로는 기사의 신규 유입을 기대할 수 없고, 기존 인력의 유지도 곤란한 상황”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임금체계에 대한 실험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회와 노조의 반대라는 큰 벽에 막혀있다. 노조의 경우 전국택시노조연맹 서울지역본부와 민주택시노조연맹 서울지역본부는 실증사업 방안에 동의하고 있지만, 민노총 공공운수노조택시지부(이하 공공운수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해 말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임금모델사업은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노동법 전체를 뒤흔드는 노예제의 부활”이라며 “실증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국토부도 심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역 택시승강장에 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줄 지어 서있다. 뉴스1
국회에선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야당의원 일부가 실증사업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의원들은 “월급제 폐지로 택시산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현행 제도를 보다 잘 정착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국토부는 서울시 요청대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실증사업을 추진해볼 생각이었으나 국회와 노조 반대로 추진이 어렵게 된 탓에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서울시와 개인·법인 택시조합, 노조 등과 함께 꾸린 ‘택시산업 발전방안 TF’를 통해 마련하는 대책을 8월께 국회에 보고하고, 이후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유인 국토부 교통서비스정책과장은 “실증사업은 특례를 통해 추진이 가능하지만, 해당 방안들을 정식으로 도입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현재 관련 TF를 통해 마련 중인 ‘택시산업 발전방안’에 관련 내용을 포함해서 8월께 국회에 보고하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임금모델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회식 문화가 바뀌는 등 심야 택시승객도 꽤 줄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효과가 작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금 법인택시의 경영난을 고려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봐야 하는 건 분명한 듯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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