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무안 여객기 참사 상흔 여전
유가족 지원·예방책 관련 법안 봇물
1차 원인 꼽힌 '조류충돌' 예방해야
韓 15개 공항, 조류탐지 레이더 '0'
조류충돌 예방 전문인 확충도 필수
유가족 지원·예방책 관련 법안 봇물
1차 원인 꼽힌 '조류충돌' 예방해야
韓 15개 공항, 조류탐지 레이더 '0'
조류충돌 예방 전문인 확충도 필수
지난애 12월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부근에 흰 국화가 놓여 있다.무안=성형주 기자
[서울경제]
지난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의 상흔이 우리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여전합니다.
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피해 유가족 지원과 사고 원인 조사, 그리고 예방책 마련 등을 위해 정부·지자체,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가 쉴 새 없이 달려왔습니다. 특히 국회는 12.29 여객기참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자 및 유가족 지원을 위한 각종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사후 관리와 관련한 법안 뿐 아니라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사고의 반복을 막기 위한 예방책 논의도 활발합니다. 오늘은 12.29 무안 여객기 참사의 원인으로 알려진 ‘버드 스트라이크’ 방지를 위해 국회에서 발의한 각종 법안을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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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충격이 4.8톤?…법 개정해 버드 스트라이크 예방해야
지난달 26일 광주 북구 용두동 영산강 일대에서 겨울철새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뉴스1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는 항공기가 비행 중 조류와 충돌하는 사고를 말합니다. 대부분 이착륙 과정에서 공항 주변에 서식하는 새들과 충돌해 발생합니다.
‘육중한 비행기가 새랑 충돌해봤자 얼마나 위험하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속 370km로 상승 중인 항공기가 900g의 오리 한 마리와 충돌하는 순간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버드 스트라이크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자칫 새가 비행 중인 항공기의 엔진으로 빨려 들어갈 경우 엔진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 예방을 위한 법안은 공항시설법과 항공안전법 개정안으로 각각 발의 됐습니다. 공항시설법은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고, 항공안전법 개정안은 박 의원이 발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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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0’…조류 탐지 레이더 등 안전시설 설치 시급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11월 대전 동구 코레일 본사에서 열린 이장우 대전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조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박 의원이 발의한 공항시설법 개정안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그가 제안한 개정안에는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와 열화상 카메라 등 조류 충돌 방지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미 연방항공청(FAA)이 조류 탐지 레이더 등을 도입한 후 조류 충돌로 인한 중대사고 발생률이 2010년 6.0%에서 2019년 4.1%로 감소했습니다.
현재 일본 국토교통성은 2012년 하네다 공항에 레이더 등 조류 충돌 방지시스템을 설치·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 히스로 공항,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이같은 조류 충돌 방지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 15개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공항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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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주변 조류충돌 예방조치 강화…전문인력도 기르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이달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역시 박 의원이 발의한 공항시설법 개정안에는 공항 주변에 새들을 유인할 가능성이 있는 시설에 대해 이전명령과 토지수용, 과태료 처분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이 추가 됐습니다.
현행 공항시설법 및 시행령에는 공항 주변에 오물 처리장, 양돈장, 과수원 등 새들을 유인할 가능성이 있는 시설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 의원에 따르면 전국 15개 공항 주변에 금지지설이 115개나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당 시설에 대한 이주 보상 및 제재 처분 근거가 없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전문인력을 확충하자는 입장입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공항시설법 개정안에는 공항 운영자가 항공기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위해 전문 인력을 운영하고, 공항별로 지리적 위치 및 조류의 서식환경 등을 반영한 조류 충돌 사고 방지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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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방안도 ‘지속가능’ 필수
지난해 12월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무안=성형주 기자
박 의원은 항공안전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항공안전위원회(위원장 : 국토부장관) 및 조류 충돌 예방 실무위원회(위원장 : 국토부차관)를 구성해 조류 충돌 예방 및 위험관리 기본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또 공항 운영자가 매년 조류 충돌 위험평가 결과와 시행 계획 추진 실적을 지방항공청장에게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한 후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법안들이 우후죽순 발의 돼 왔습니다. 일부 법안들이 통과했지만 또 많은 법안들이 그렇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수 많은 생명을 앗아간 ‘12.29 여객기 참사', 마련된 법안에 따른 효과적인 방지 대책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서울경제-잠자는국회 공동 입법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