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손쉬운 다코야키 팬 만두
| 정연주시판용 만두피에 만두소를 얹어 다코야키 팬에 넣으면 꽃잎 모양 딤섬이 절로 만들어진다. ‘겉바속촉’으로 익혀 쏙쏙 집어먹으면 재미도 있고 맛도 있다.
내 고향은 부산, 그중에서도 10분 거리에 바다가 있는 해운대다. 정작 여기에 살 때는 사시사철 사람이 많다고 잘 나가지 않았는데 고향을 떠나고 나니 바닷가와 특히 동백섬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 동백이 피어나는 삼사월이 되면 부산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청량리와 부산을 잇는 KTX이음이 해운대에 정차하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그것만 뚫리면 밥 먹듯이 주말마다 내려가리라.
여기서 고향 이야기를 한 것은 살면서 한 번도 만두를 빚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을 만들기 위함이다. 부산에서 만두를 아예 먹지 않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보통 중부지방으로 올라갈수록 명절에 만두를 빚고 떡만둣국이나 만둣국을 먹는다. 잘게 다진 재료를 섞어서 만드는 음식은 따뜻한 기후에서 잘 상하니까. 부산이 얼마나 따뜻한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20년간 부산에 살면서 자연산 고드름은 동요로만 접했고, 눈 내리는 것은 두 번 봤는데 그중 한 번은 적설량 2㎝에 교통대란이 일어났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만두를 빚어보지 못하고 자랐다. 어머니는 실향민 아버지를 두고 자라서 입맛이 이북식인데, 만두를 빚지 않은 이유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만두란 당연히 사 먹는 것이었는데 가끔 이모네에 놀러 가면 만두를 직접 빚어보고 먹어볼 수 있어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왜 캠핑 가서 만두를 빚고 앉았는가? 그것은 다코야키 팬을 이용하면 예쁘게 반달 모양으로 빚는 재주가 없어도 딤섬처럼 활짝 열린 오픈형 만두를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싶었다는 뜻이다. 다코야키 팬은 독립형 제품으로 혹은 캠핑에서 즐겨 사용하는 이동형 버너인 구이바다에 맞는 크기의 팬 구성품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보통 기본 구성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고 추가 구매를 해야 한다). 다코야키도 만들 수 있지만 동글동글 누룽지로 둘러싸인 겉바속촉 볶음밥 공을 만들 수도 있고 팬케이크 공 디저트도 만들 수 있다. 캠핑에서 특별하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내기에 제격이다.
모르면 용감하다
다코야키 팬 만두는 일단 만두소만 만들면 정말 간단하다. 그리고 내 레시피는 만두소 만드는 것도 간단하다. 내가 이번 캠핑에서는 만두를 빚을 것이라고 선언하자 강원도 출신이라 손만두에 익숙한 남편이 걱정했다. ‘소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는데, 괜찮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 없어서 혼자 고민을 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자 ‘두부 물도 짜야 하고, 숙주도 데쳐서 짜서 다져야 하고…’라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말했다. 두부 안 넣을 건데. 숙주도 안 넣는데.
그건 그렇다. 기본적으로 두부와 김치, 채소 등을 익히고 물기를 짜고 다지는 과정이 들어가면 복잡하고 어렵다. 물론 이 레시피에도 절인 배추나 각종 채소를 익히고 짜고 썰어서 넣으면 훨씬 촉촉해지기는 한다. 이제 만두 만들기가 손에 익었으니 다음에는 나도 변형을 시도하지 않을까? 하지만 뭐든 모르면 용감하고 그래야 캠핑장에 앉아서 만두소를 만들고 만두를 빚고 있을 수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간단하게 전부 다져서 섞기만 하면 되는, 하지만 맛있는 레시피를 만들었다.
다진고기·새우 넣어 만든 소
만두피에 올려 다코야키 틀에 쏙!
다 구워진 만두 하나씩 쏙쏙!
만드는 재미·집어먹는 재미
다코야키 팬 만두의 소는 간단하다. 돼지고기, 새우살, 마늘, 생강, 부추를 다져 넣는다. 기존 만두처럼 수분을 짜낼 필요가 없다.
기본은 다진 돼지고기이고, 여기에 새우살을 다져서 넣는다. 그리고 다진 마늘과 다진 생강, 송송 썬 부추를 잔뜩 넣는다. 간은 소금과 간장, 피시 소스로 한다. 잘 치대서 한 덩어리가 되면 끝난다. 더없이 간단하다! 참고로 만두소의 간은 조금 떼어내서 프라이팬에 구워 먹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르 코르동 블루에 다닐 때 중급 과정 시험 과제가 포피에트(paupiette·얇게 저민 고기에 다양한 소를 채워 익히는 프랑스의 지방 요리)였는데, 쿠킹 포일을 작게 뜯어서 철판 위에 올린 다음 온갖 재료로 만든 소를 약간 떼서 구워 맛을 본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내 만두소는 사실 정통 만두보다는 포피에트 만드는 방식에 조금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진 고기가 메인이고 맛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만두피는 시판 제품 중에서도 기본 사이즈를 구입한다. 그리고 사각형으로 자른다. 그러면 다코야키 틀에 쏙 들어가면서 위쪽은 꽃잎처럼 올라오는 정도의 크기가 된다.
손바닥에 만두피를 한 장 올리고, 만두소를 적당량 얹고, 손을 컵 모양으로 구부리면서 만두소가 그 안에 쏙 들어가고 가장자리는 꽃잎처럼 모이는 딤섬 모양으로 만들자. 완성한 만두는 쟁반에 올리고 나머지 재료로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윗면이 벌어진 딤섬 모양의 만두를 구울 땐 뒤집을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속까지, 윗면까지 고르게 익힐 수 있을까? ‘반찐반굽’ 방식으로 익히면 된다. 다코야키 팬을 달군 다음 식용유를 조금씩 두른다. 그리고 빚은 만두를 한 구에 하나씩 집어넣는다. 이때 손을 데지 않도록 조심하자.
바닥이 조금 노릇해질 정도로 구워지면 주전자로 뜨거운 물을 사방에 조금씩 붓는다. 벌어진 만두 안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넣어야 한다. 지글지글 끓도록 조금씩 부은 다음 뚜껑을 닫고 10분 정도 찌듯이 익힌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서 남은 수분을 완전히 날리면 바닥은 노릇노릇하고 윗면은 뾰족한 만두피 끝까지 완전히 말랑하게 익은 동글만두가 완성된다. 이 팬째로 식탁에 올리면 젓가락으로 쏙쏙 집어 먹기가 정말 좋다! 만들기도 재미있고 먹기도 재미있는 다코야키 팬 만두다.
만두 재밌네…?
만두피는 50장씩 파니까 만들고 남은 것이 많았다. 그리고 나는 이 레시피의 두 배 분량을 만들었기 때문에 다코야키 팬을 가득 채우고도 많이 남았다. 그래서 만두를 10분간 찌는 동안 혼자 만두 빚기를 연습했다. 어떻게 하면 반달 만두의 주름을 잘 잡을 수 있을지 그동안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었다. 왜 다들 본능적으로 소꿉놀이를 하겠어. 음식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만큼 신나는 일도 잘 없다. 그리고 분명히 송편을 빚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나는 딸 낳으면 안 되겠다고(송편이 아주 못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요령이 생겨서 뭐든 기본은 하는 나이가 된 모양이다. 생각보다 만들기가 쉬웠다. 연습 삼아 가끔 빚어볼까? 만두를 빚으며 자란 우리 어머니는 집에서 만두를 빚지 않으셨는데, 내가 알아서 만두를 빚는 전통을 계승하게 생겼다. 이것이 ‘격세 유전’인가. 물론 어머니는 시집와서 없던 제사도 만들고 송편도 수수경단도 빚어 먹던 분이니 그냥 유전이라면 유전일지도 모르겠다.
다코야키 팬 만두
재료(20개 분량)
만두피 20장, 다진 돼지고기 300g, 다진 새우살 100~150g, 부추, 생강, 마늘 적당량씩, 소금, 간장, 피시 소스
만드는 법
1. 부추는 송송 썰고 생강과 마늘은 곱게 다진다.
2. 다진 돼지고기에 새우살과 부추, 생강, 마늘을 넣는다. 소금과 간장, 피시 소스로 간을 한 다음 잘 치대어 섞는다(필요하면 소량을 팬에 구워서 간이 맞는지 확인한다).
3. 시판 만두피를 사각형으로 자른다. 가운데에 만두소를 넣고 손바닥을 오므려 딤섬 모양으로 빚는다.
4. 다코야키 팬을 달군 다음 식용유를 두른다.
5. 딤섬 모양으로 빚은 만두를 하나씩 넣는다.
6. 바닥이 바싹하게 구워지면 물을 만두 속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서 조금씩 붓는다.
7. 뚜껑을 닫고 10분간 찌듯이 익힌다.
■정연주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요리 전문 번역가. 르 꼬르동 블루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하고 요리 잡지에서 일했다. 주말이면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맛캠퍼로 ‘캠핑차캉스 푸드 라이프’ 뉴스레터를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