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강한 반대”…개정 주장 이복현 금감원장, F4회의 불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상법 개정이 난기류에 휩싸였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정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무부가 상법 개정에 강하게 반대한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기한은 내달 5일까지다.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게 뼈대다. 현재는 충실해야할 대상이 ‘회사’로 한정돼 있으나 이를 ‘주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기업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참여자들이 지배주주에겐 도움이 되나 소수주주에겐 불리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상법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초 민생토론회에서 개정 의사를 밝히기도 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 상장사만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손질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모든 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상법 개정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비상 계엄 사태와 뒤이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이 이뤄지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13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공개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직을 걸고 막겠다고 언급하면서 개정 상법의 공포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정부 내 논의 당시 경제부처는 법무부에 견줘 상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입장이었던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분위기가 급반전한 건 한덕수 총리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지난 24일 직에 복귀하면서다.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이후 침묵을 지키던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자본시장법 개정이 우선”이라고 공개 입장을 밝힌 것도 지난 26일이다. 같은 날 이 원장이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터라 금융당국의 두 수장 간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또다른 정부 핵심 관계자는 “정부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원보이스(한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원장이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일명 F4 회의)에 전격 불참했다. 이 회의는 최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 금융위원장, 이 원장이 함께 하는 자리다. 이 원장의 불참 통보는 전날 저녁 이뤄졌다. 이날 회의 사정에 밝은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상법 개정 여부도 그간 F4 회의서 논의가 돼 왔다. (정부 내 기류가 달라져) 이 원장이 불편한 자리로 보고 피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