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엄정 대응” 방침에도 법적부담·시민 반발 눈치보기
이재명(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광화문 앞에 설치된 천막당사에서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과 헌법재판소 인근에 설치된 ‘알박기 시위용’ 불법 천막과 관련해 관할 구청이 적극적인 철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엄정 대응을 예고했지만 철거 집행 권한이 있는 구청은 “계도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는 상황이다.
27일 서울 종로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용으로 경복궁역과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에 설치된 불법 천막에 대해 변상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 구 관계자는 “천막 철거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변상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데 부담이 있다”며 “일단은 매일 현장에 나가 자진 철거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복궁역 인근 서십자각에서 동십자각까지 이르는 인도에는 시위를 위한 천막 40여개가 줄지어 설치돼 있다. 헌재 정문 앞에도 단식 농성 중인 이들이 설치한 천막 4개가 남아 있다.
서울시는 이들 불법 시설물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5일 SNS에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도로에 설치된 천막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변상금 부과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로법과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도로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금지된다. 공유재산 무단 점유 시 변상금 부과가 가능하다. 집회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도로 위 천막 설치 자체가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철거를 직접 집행해야 하는 지자체는 여론의 비난과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해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2017년에는 종로구 소속 공무원이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무단 설치된 민주노총 천막을 철거했다가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돼 조사를 받은 사례도 있다.
시위대의 강한 저항에다 절차적 적법성을 공무원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집행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전국시군구공무원노조연맹 관계자는 “불법 천막 등에 대한 엄정한 조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정치적 맥락과 송사 위험이 맞물리면서 공무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