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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창 경북 영양군수가 지난 28일 이재민 대피소인 영양군민회관 앞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영양군 제공


더딘 진화 작업에 “영양이 불타고 있다”며 정부와 지역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던 오도창 영양군수(64)가 산불이 확산하던 당시 급박한 상황을 소개했다. 오 군수는 이번 계기에 산불 등 대형 재난상황 대응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일 오도창 영양군수는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의성에서 시작된 이번 산불이 영양군으로 번진 지난 25일 저녁 시간대부터 이틀 넘게 이렇다 할 헬기 진화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5일 오후 6시쯤 영양군 석보면 답곡터널 인근에서 산불이 목격된 뒤 급속히 확산해 산림과 민가를 집어삼켰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 군수는 “자신의 보금자리는 물론 마을까지 손길을 뻗치는 화마에 달아날 수밖에 없던 상당 수 주민들이 영양군청을 찾아와 대성통곡을 하며 진화를 부탁했다. (지자체 수장으로서) 심한 압박을 받았다”면서 “제발 헬기를 띄워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헬기는 산불 현장으로 출동하기 어려웠다. 짙은 연기 등 최악의 기상 여건에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난 26일 의성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하던 헬기 1대가 추락하면서 안전 문제 등이 불거진 점도 적극적인 진화 작업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실제 산림청은 26일 한때 전국에 투입된 진화헬기의 운항을 중단시켰다.

다급해진 영양군은 27일 정오쯤 임차 보유 중이던 진화헬기 1대를 현장에 투입시켰다. 다만 이마저도 희뿌연 연무 때문에 제대로 진화 작업을 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해당 헬기는 의성에서 사고가 난 기종(S76)과 같은 1995년 7월 생산된 노후 기종이었다. 추가 사고 우려에 무리한 진압 작전이 불가능했다.

결국 오 군수는 지난 28일 오전 8시 대군민 호소문을 발표한다. 이는 불리한 기상 여건임을 감안하더라도 정부나 경북도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설움’이자 ‘폭로’였다.

오 군수는 “우리 지역에 화마가 들이닥친 지난 25일부터 사흘째인 27일까지 연무와 추락 사고 등 여러 여건 때문에 헬기가 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헬기 진화를 시도했다가 되돌아간 게 몇차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헬기를 띄워달라고 하는데, 이를 들어주지 못하고 (헬기) 지원조차 되지 않으니 발만 동동 굴릴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호소문에는 ‘초미니 지자체’의 절박한 심경이 담겼다.

오 군수는 “영양이 불타고 있다. 산불 진화에 가용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했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면서 “사흘 동안 기상 악화로 헬기가 전혀 지원이 안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민에게도 도움을 호소할 정도로 급박했다고 회상했다. 오 군수는 “군민들은 안전이 확보된다면 잔불 정리도 좋고 이웃을 돌보는 일을 해도 좋다”고 언급했다.

불이 번진 이후 70~80대가 대부분인 인구 1만5000여명의 영양군에서는 2000여명이 등짐펌프를 메고 잔불 정리를 하거나 자원봉사에 나섰다. 오 군수는 “이웃 지역으로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게 책임지고 막아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영양군에 헬기 지원이 이뤄진 건 오 군수의 호소문 발표 이후였다. 영양지역에는 기상 여건이 양호해지면서 28일 오후부터 산림청 소속 헬기와 다른 지역의 임차 헬기 등 8대가 투입됐다고 오 군수는 전했다.

오도창 군수는 대형 산불 등의 재난을 대비해 전체적인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을 끄는 동시에 주민 대피 지시를 내리고 인명까지 구하는 등 ‘각자도생’식 행정 업무에 분명한 한계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반적으로 대응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며 “(지자체 입장에서) 대형 화재에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영양군은 경북 내에서도 지형이 험하고 도로망이 열악한 등 화재 진압에 불리한 지형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오 군수는 “대형 헬기를 도입하고 악천후에서도 시야 확보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 헬기 투입이 가능하게 하는 등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피해 지원 역시 현실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 군수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에도 실질적인 피해 보상 방안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영양군은 이번 산불로 7명이 숨지고 주택 108채 등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이 지역에서만 산림 5070㏊가 훼손됐다.

그는 “집이 타 버리고 농경지 및 농기계 훼손, 가축 폐사 등의 피해가 막대한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치권에서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트랙터의 경우 1대당 약 8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인 데다, 가축 및 농경지 피해 금액을 감안하면 주민 생활 안정을 위한 추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북도·영양군은 초등학교 폐교 부지 등 2개 지역에 임시주거시설 40동을 설치한다. 또 1~2개 지역을 추가로 확보해 조립식 주택을 지어 남은 이재민들도 머물도록 할 계획이다.

오도창 군수는 “이번 산불은 ‘복합재난’인 만큼 정부는 이런 부분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며 “지역민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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