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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뻥튀기’로 지지율 입맛 따라 조작
2021년 1월25일 조사에선 2000개 늘려
나머지 1건도 관계자 “수치 조작” 진술
검찰, 실제 공천·단일화 영향 여부 수사 중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 8일 창원지방검찰청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실시했던 오세훈 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 13건 중 최소 12건이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조작된 여론조사가 오 시장 선거 캠프와 여의도연구원,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달돼 공천과 단일화에 영향을 미쳤는지 수사 중이다.

경향신문은 27일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의심을 받는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실시한 비공표 여론조사 13건 중 12건의 설문지, 로데이터, 결과지 등 자료 일체를 입수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명씨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임의로 특정 집단 표본을 늘리는 등 ‘뻥튀기’ 방식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비공표 조사 결과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마지막으로 실시된 2021년 3월18일 조사의 경우 ‘수치를 조작했다’는 미한연 관계자의 진술은 있지만, 로데이터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명태균의 전략, ‘지는 조사’ 만들고 격차 줄이기

명씨가 오 시장 관련 여론조사를 시작한 것은 2020년 12월22일이다. 미한연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한다면 누구를 지지할지 가상대결 조사를 했다. 후보에는 오 시장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포함됐다. 조사 당시 작성된 로데이터 파일을 보면 데이터(응답 정보)는 총 806개였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 작성 단계 파일에선 데이터 수가 1506개로 늘어났다. 700개의 데이터 샘플이 임의로 추가된 것이다. 그 결과 원래 자료에서는 안철수 26.9%, 오세훈 12.4%로 나온 지지율이, 안철수 28.4%, 오세훈 12.4%로 바뀌었다. 안철수 후보 지지율을 더 높인 것이다. 검찰은 명씨가 선거를 앞둔 초반 오 시장에게 겁을 주기 위해 이같이 결과를 조작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명씨는 이 조사 이후 2021년 1월22일, 1월25일, 1월29일, 2월14일 총 네 차례 여론조사를 더 하고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전달했다. 1월22일 조사는 242개 데이터가 임의로 추가됐고, 후보별 지지율은 안철수 27.3%, 오세훈 20.6%에서 안철수 27.8%, 오세훈 20.1%로 조작됐다. 1월25일 조사에선 724개였던 원본 데이터가 2793개로 무려 2000개 넘게 늘었다.

미한연이 진행한 2020년 12월22일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미한연 관계자들에 따르면 명씨는 1월25일 조사까지는 오 시장의 지지율을 축소해 위기감을 주다가 1월29일 조사부터 격차를 줄여 신뢰를 얻는 전략을 사용했다고 한다. 1월29일 조사의 데이터 수는 실제 633개였으나 최종적으론 2026개로 조작됐다. 원 데이터에서 지지율은 나경원 38.1% 오세훈 29.9%로 나경원 당시 후보가 8.2%포인트 앞섰으나, 조작된 후엔 나경원 38%, 오세훈 31%로 격차가 7%포인트로 줄었다. 2월14일 조사도 데이터를 626개에서 1750개로 늘리자 나 후보와 오 시장의 격차가 9.1%포인트에서 2.4%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명씨는 이 결과를 이용해 오 시장 측에 “내 말대로 하니 차이가 줄어들지 않느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응답자 늘려 지지율 조작

강 전 부시장은 이 무렵 명씨와 다툰 뒤 절연했다고 주장한다. 명씨가 터무니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고 와 관계를 끊어냈다는 것이다. 명씨는 이후 2월19일 조사부터는 강 전 부시장을 거치지 않고 오 시장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여성들에게 호감도가 높은 오 시장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 응답자 수를 늘리는 수법이 이 시기에 등장했다.

2월19일 조사에서 명씨는 500개의 데이터를 임의로 추가했는데, 추가한 데이터는 주로 여성이었다. 2월23일 조사도 794개의 데이터가 여성 위주로 추가됐다. 원 데이터상으론 4자 대결에서 나경원 38.5% 오세훈 25.7%였고, 3자 대결에선 나경원 40.6% 오세훈 28%, 양자 대결에선 나경원 41.1% 오세훈 34.4%였다. 하지만 조작 이후엔 4자 대결 시 나경원 34.9% 오세훈 29.3%, 3자 대결 시 나경원 36.2% 오세훈 32.9%, 양자 대결 시 나경원 37.8% 오세훈 36.9%로, 모든 경우 두 후보 간 격차가 줄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시청에서 금일 실시된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입장을 밝힌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문재원 기자


안 후보와 단일화를 놓고 경쟁하던 시기엔 지지율 순위를 바꾸기도 했다. 3월11일 조사에선 521개의 데이터를 늘렸는데, 그 결과 적합도와 선호도에서 안 후보가 오 시장을 앞섰으나 조작 이후 반대로 바뀌었다. 다음날 진행된 조사에서는 ‘적합도, 적합도 양보안, 경쟁력’ 세 종류의 설문을 돌린 뒤 수치를 조작했다. 검찰은 두 여론조사가 오 시장 측과 안 후보 측에 전달돼 오 시장으로 단일화를 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오 시장 측은 “강 전 부시장이 여론조사가 조작된 정도까진 몰라도 통계가 안 맞는 엉터리라 판단해 2021년 1월부터 명씨에게 지적했다”면서 “그런데 명씨가 아니라고 우기고 자꾸 접근해서 2월 중순 말다툼을 크게 하고 절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이후 이들의 여론조사는 받을 일도 없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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