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에 장착돼 있는 연소탄. '구름씨' 역할로 비구름을 만든다. 뉴스1
경상권 산불이 사상자 60여명을 내며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가운데 인공강우 기술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불을 끄자는 건데 현 기술 수준에선 효과를 보기 어렵고 시도해 볼만한 기상 조건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3월 역대급 산불의 원인은 건조한 대기와 적은 강수량 등이 꼽힌다. 27일 오후 경북 지역에는 비가 내렸으나 강우량이 1mm 안팎에 그쳤다. 특히 의성군에는 단 10분 동안 굵은 빗방울이 보였다.
주불을 잡을 순 없지만 이 정도로도 불길이 번지는 건 막는다고 한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불이 다른 지역으로 날아가는 위험이 굉장히 낮아졌고 진화대원들이 연기나 안개에 갇히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강우가 가능하다면 소방 인력의 안전을 지키고 산불 피해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과 외부 환경이 모두 따라주지 않고 있다.
인공강우는 일반 구름을 비구름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적으로 하늘에 수분이 풍부한 구름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경상권에는 건조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대기가 메말랐다. 원하는 곳에 비를 내리게 하려면 강풍도 없어야 한다.
재난 현장에서 사용할 만큼 기술이 검증되지도 않았다. 비구름을 만드는 여러 방법 중 우리나라는 항공기를 띄워 '구름씨'를 뿌린다. 일반구름에 염화칼슘 등 수분을 빨아들이는 흡습성 화학물질을 뿌려주면, 구름 속 수증기가 뭉쳐 물방울이 돼 비로 떨어지는 원리다.
국립기상과학원.
국립기상과학원은 2018~2023년 '인공증우 실험'을 110회 시행했다. 2023년엔 실험 성공률이 86%, 최대 4.5mm 증우량을 관측했다며 "산불 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산불이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인공 비를 만들어 불을 끌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향후 목표도 '건조한 산에 인공강우로 습도를 높여 산불 예방에 기여하는 것'으로 정해 놨다.
인공강우는 미국과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이 선도하고 있다. 미국은 건조한 서부 지역에 눈을 뿌리고 여름엔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중국도 2019년 랴오닝성 대가뭄때 인공강우용 로켓 700발을 발사해 최대 170mm가 넘는 폭우를 쏟아지게 했다.
반면 한국 정부가 운영 중인 인공강우 비행기는 '나라호' 1대뿐으로 이마저 미세먼지·온실가스 관측 등을 함께 수행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