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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넘는 시민들, 선고 지연에 ‘총파업’
스튜디오 오늘의 풍경이 ‘윤석열 즉각퇴진 민주주의수호 전국시민총파업’ 참여를 알리기 위해 만든 포스터. 오늘의풍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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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도, 에디터도, 디자이너도, 출근 4일차 인턴도 오늘은 다 쉽니다. 사유는 ‘파면을 미룸’입니다.”

서울 종로구의 디자인 스튜디오 ‘오늘의 풍경’은 27일 사무실 문을 닫았다. 이날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민주주의수호 전국시민총파업’(시민총파업)에 직원 모두가 참여하기 위해서다. 신인아(39) 오늘의 풍경 대표는 이날 한겨레에 “지연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더 이상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파업을 결정했다”며 “직원들도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는 반응이어서 다 같이 집회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날부터 탄핵 촉구 집회에 적극 참여해왔다고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포스터를 제작해 공유하는 등 시민들과 다른 회사의 파업 참여를 독려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전국 17개 도시에서 시민총파업을 열었다. 서울에서는 서대문구 신촌역 5번 출구와 종로구 혜화역 3번 출구에 오후 2시, 서울역 12번 출구에 오후 2시30분에 모여 광화문을 향해 행진하다가, 민주노총 대열과 합류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하루 총파업을 하고 오후 3시 용산구 서울역과 세종호텔 농성장이 있는 중구 명동역 1번 출구, 서울고용노동청에 집결해 오후 4시 본대회가 열리는 동십자각으로 향했다. 비상행동은 서울에서만 학생, 노동자, 자영업자 등 1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시민총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즉각퇴진 민주주의수호 전국시민총파업’에 참여한 시민들이 깃발을 흔들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임재희 기자

행진에 나선 시민들은 ‘시민들은 일상으로 윤석열은 감옥으로’라고 새긴 길다란 현수막을 옆으로 든 채 거리를 걸었다. ‘투쟁과 연대 다이(die) 것들아’, ‘내란성 불면증 피해자 연대’, ’친구농사 망한 2030 내향인 모임’ 등 각양각색의 깃발을 든 시민들은 “시간끌기 어림없다 어서 빨리 파면하라”, “헌재는 선고하라 내란을 끝장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헌재를 압박했다. 시민총파업에 미처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은 행진 대열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응원의 목소리를 보탰다.

시민들은 탄핵 선고를 지연하는 헌재에 비판을 쏟아냈다. 휴가를 내고 시민총파업에 참여한 건축사 김도연(67)씨는 “하루 빨리 윤석열을 파면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휴가를 내고 왔다”며 “탄핵 선고를 더 끌면 (극우세력의 위협 등) 위험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헌재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말고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방민지(23)씨도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라며 “헌재의 탄핵 선고가 늦어질수록 국가적 혼란도 커지고, 경제적 위기도 커지는 모습이다. 헌재는 하루 빨리 정의로운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수업을 빠지고 행진에 참여했다는 대학생 이아무개(24)씨는 “한동안 집회 참여에 소홀하다 이번엔 나와야 할 것 같아 오후 수업을 빼고 나왔다”며 “헌재의 선고 지연 탓에 온 국민이 피곤하고 답답한 마음인 걸 헌재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내란세력 청산!사회대개혁 쟁취!윤석열 즉각 파면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본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email protected]

대학가도 시민총파업에 합류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이화인과 시민들이 12월3일 비상계엄 이후로 광장에 나가 함께 목소리를 냈던 시간을 무시한 채, 헌재가 파면선고를 미루고 있다”며 “총학생회는 윤석열 파면이란 이화인의 요구를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또 다시 거리로 나선다”고 밝혔다. 서울대 학생들도 이날 오후 12시30분 ‘3·27 서울대인 행동의 날’ 집회를 학내에서 연 뒤, 시민총파업이 열리는 광화문으로 향했다.

이날 저녁 5시, 행진의 종착점인 광화문에서는 ‘윤석열 즉각 파면 민주주의 수호 전국 시민총파업’ 집회가 열렸다. 이호림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헌재가 헌법과 법률이 위임한 그 자신의 책무를 이렇게까지 송두리째 외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더 이상 민주주의의 붕괴를, 정의의 지연을, 일상의 파괴를 참아낼 수 없어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다. 오늘 시민총파업은 윤석열 파면과 내란세력의 처벌 없이는 더는 사회를 움직이지 않겠다는 우리 주권자 시민들의 선언”이라고 밝혔다. 광화문 광장 옆 세종대로 300여미터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연대 투쟁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화답했다.

시장 상인인 김진철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무대에 올라 “더 이상 자영업자들에게 물러설 곳도, 기댈 곳도 없다”며 “지금의 경제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헌재의 판결이다. 헌법재판관들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시민의 뜻을 헤아려 윤석열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차를 쓰고 집회에 참여했다는 직장인 김아무개(27)씨도 “늦어도 3월 중순에는 선고가 나올 줄 알았다”며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뤄야 할 의제가 첩첩산중인데, 그 시작점인 윤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나질 않으니 답답한 마음”이라고 했다. 대학생 김예원(21)씨는 헌재를 향해 “이렇게 과제 제출하면 학교에선 에프(F) 받는다”고 꼬집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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