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02년 울진 산불, 비 덕분에 주불 잡아
27일 의성 안동 청송 영양에 거의 안 내려
내달 4일까지 강수 확률도 대부분 10%
불타는 화선만 333.6㎞ 로 '역대급'
경북소방본부 119산불특수대응단이 27일 안동시 남후면에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역대 최악의 산불이 타오르고 있는 영남지방에 27일 기대했던 만큼의 비는 내리지 않았다. 경남과 경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거세게 확산한 대형 산불들 진화는 또 실패했다. 지금까지 27명의 사망자와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산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과 안계면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은 25일 강풍을 타고 동해안 영덕군으로 급속히 번진 데 이어 27일 오후까지 계속 확산했다. 산림당국은 이날 비 예보가 나오자 2002년 3월 울진 산불처럼 극적인 '종료 선언'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지만 비는 찔끔 내리고 말았다. 특히 산불이 가장 거센 경북 북부의 안동시에는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는 천둥번개가 쳤지만 진화에 도움이 될 만한 강수량은 아니었다.

날씨의 도움을 받지 못한 산림당국은 이날도 화마와 사투를 벌였지만 주불을 잡지 못했다. 오후 5시 기준 평균 진화율은 63.2%에 그쳤다. 산불이 타오르는 전체 화선 771.9㎞ 중 남은 화선이 283.9㎞나 된다. 지역별로는 의성 62%, 안동 63%, 청송 82%, 영양 60%, 영덕 55%다. 직간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산불영향구역은 5개 시군을 합쳐 3만5,697㏊로 집계됐다. 역대 산불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날 영덕에서 산불감시원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북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3명으로 늘었다.

영남 산불 사망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기상청에 따르면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의성, 청송, 영덕, 영양에는 내달 4일까지 강수 확률이 10% 수준이다. 사실상 비의 도움 없이 화마에 맞서야 하는데, 오전에 잠잠하던 바람이 오후부터 강해지는 패턴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인명과 산림 피해는 물론 진화시간도 2002년 3월 울진 산불(213시간), 2000년 강원 강릉·고성·동해 산불(191시간)을 넘어설 수 있다.

다만 25일 낮 최고기온이 28.8도(의성)까지 치솟은 고온 현상은 사라지고 30일 의성 지역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4도까지 떨어진다. 고온일 때 더 잘 생기는 상승기류가 줄어 급속한 확산의 주범인 비화(飛火)현상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소방본부 119산불특수대응단이 27일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 입구 대전사 주변에서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벌목한 나무 사이에 산불지연제를 살포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지난 21일 오후 발생한 산청·하동 산불도 1주일이 다 됐으나 진화율은 80%대에 머물러 있다. 기대한 비 대신 안개와 구름만 잔뜩 끼면서 헬기 운항은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그사이 불길은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밀고 들어갔다. 소방당국은 불이 지리산국립공원에 있는 덕산사(옛 내원사) 방면으로 번지자 절에 보관돼 있던 국보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을 동의보감촌 한의학박물관으로 옮겼다.

산청·하동 산불 진화율은 오후 5시 기준 81%다. 전체 화선은 70㎞, 잔여 화선은 13.5㎞(산청 12km, 하동 1.5km)로 집계됐다. 산불 영향 구역은 지리산국립공원 30~40㏊를 포함해 1,745㏊로 늘었다. 지리산국립공원 초입에 있는 중산리 주민을 비롯해 1,800여 명은 선비문화연구원 등으로 대피했다. 같은 지리산권인 전남 구례군과 광양시 등 지자체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그나마 울산 울주군 온양읍 산불은 진정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약한 비가 내리면서 대기 중 습도가 오른 덕분이다. 산불영향구역은 900㏊ 정도이고, 오후 5시 기준 진화율은 89%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육안으로 봤을 때 이 정도면 주불은 100% 잡았다고 본다"며 "불길이 다시 살아나지 않도록 잔불 정리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953 마은혁은 두고 “문형배·이미선 후임 인선하라” 여당의 모순 랭크뉴스 2025.04.01
46952 사지마비 환자 뇌에 BCI 이식했더니… 18년 전 잃었던 목소리 찾았다 랭크뉴스 2025.04.01
46951 "방금 담배 피우셨죠? 4만원입니다"…길거리 간접흡연에 칼 뺀 '이 나라' 랭크뉴스 2025.04.01
46950 자산 증식에 몰두… ‘부동산 쇼핑’ 나선 디지털 업체들 랭크뉴스 2025.04.01
46949 [사설] 막가는 정치권의 압박…헌재는 尹 선고 더 미루지 말라 랭크뉴스 2025.04.01
46948 [Today’s PICK] 삼쩜삼 대신 원클릭 쓸까…국세청, 무료 환급서비스 랭크뉴스 2025.04.01
46947 "재판관 임명 지연하면 징역형"…민주당, 한덕수 압박법 또 발의 랭크뉴스 2025.04.01
46946 최상목, 미국 국채 2억원 매입 논란‥"경제 수장이 환율 급등에 베팅?" 랭크뉴스 2025.04.01
46945 “고층건물 안전할까요?”…미얀마 강진에 불안한 방콕 교민·관광객들 랭크뉴스 2025.04.01
46944 "재판관 한 명 9분의 1 이상 의미"‥헌재소장의 편지 랭크뉴스 2025.04.01
46943 뉴욕증시, 상호관세 경계감·기술주 투매에 하락 출발 랭크뉴스 2025.04.01
46942 여성단체 “장제원 고소까지 9년…가해자 처벌할거란 신뢰 못 준 탓” 랭크뉴스 2025.04.01
46941 뉴욕증시, 상호관세 D-2 경계감 고조·기술주 투매…하락 출발 랭크뉴스 2025.04.01
46940 의대 36곳서 전원복귀…수업 참여로 이어질까 랭크뉴스 2025.04.01
46939 [사설] 공매도 재개 첫날 요동친 시장,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야 랭크뉴스 2025.04.01
46938 이재명 “윤석열 복귀는 제2계엄…국민 저항 유혈사태 감당하겠나” 랭크뉴스 2025.04.01
46937 2차전지·반도체 공매도 집중…SK하이닉스 등 28종목 한시 중단 랭크뉴스 2025.04.01
46936 헌재 사무처장 "마은혁 미임명은 위헌‥재판관 충원 바란다" 랭크뉴스 2025.04.01
46935 ‘들쭉날쭉’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증가’에도 ‘경기 회복’ 말 못 하는 사정 랭크뉴스 2025.04.01
46934 드라마 ‘가시나무새’ 주연 리처드 체임벌린 별세 랭크뉴스 202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