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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밤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구역 인근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이 불길을 잡고 방화선을 구축하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 산림청
“고어텍스 재질 옷에 물 부으면, 흡수 안 되고 그대로 표면 따라 흘러내리죠? 지금 저 안(지리산 국립공원) 낙엽 더미가 딱 그런 상황입니다.” 27일 오전 10시쯤 경남 산청ㆍ하동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서 만난 박준호 산림청 항공관리소 주무관(공중진화대원)이 한 말이다.

전날 산불이 구곡산(높이 961m) 정상을 넘어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 안쪽까지 번졌다. 20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밤새 국립공원 경계 구간 정찰과 방화선 구축 작업을 한 그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피로감이 드러났다.



깊은 계곡ㆍ암벽에 “바람 예측불허”
박 주무관을 비롯한 진화대원이 지난 26일 내내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 부근을 살핀 건 공원 지역으로 진화 인력을 대거 투입할 수 있는지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이미 공원 구역이 40㏊ 정도 소실됐다. 박 주무관은 “예상했지만 불길 너머 집채만 한 암벽과 깊은 계곡 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공중진화대원은 불갈퀴ㆍ정글낫 등을 포함해 20㎏가량 장비를 멘 채 산속에서 진화와 방화선 구축 등 임무를 수행한다. 대원들은 훈련으로 단련된 몸이지만, 국립공원의 험준한 산세는 부담스럽다.

이런 지형을 타고 수시로 방향과 강도를 바꿔 몰아치는 바람도 대원의 안전을 위협한다. 그는 “굽이치는 암벽과 깊은 계곡에선 순간적으로 바람이 어떻게 휘몰아 올지 가늠하기 매우 어렵다. 자칫 계곡 안쪽에서 작업하던 중 대원들이 순식간에 불길에 고립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 막고 불은 숨긴다… ‘고어텍스’ 낙엽 난관
박 주무관은 “안전을 고려하면 낮에 진화 작업을 하는 게 좋다. 하지만 날이 밝을 때는 두꺼운 낙엽 속에 숨은 불씨를 찾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어른 허리 높이의 낙엽 더미 속 지중화(땅속 숨은 불씨)는 바람을 만나면 마치 좀비처럼 순식간에 되살아나 번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밤엔 어두워 지중화 포착이 쉽지만, 그만큼 시야가 좁아 위험하다.
지난 26일 불길이 번진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구역 부근에서 발견된 지중화. 지중화는 두꺼운 낙엽 더미 속에 숨어 있어 발견과 완진이 어렵고, 바람을 만나면 다시 삼림을 태우는 산불로 되살아나 '좀비 불씨'라고도 불린다. 사진 산림청
산림청에 따르면 보호 대상인 국립공원 내부에서는 이런 낙엽을 제거하는 ‘숲 관리’가 다른 산보다 제한적으로 이뤄져 낙엽층이 두껍게 형성된다고 한다. 이에 헬기가 공중에서 물을 쏟아붓는 ‘공중전’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박 주무관은 “두꺼운 낙엽층이 헬기에서 쏟아진 물의 흡수를 막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속에서 차오르는 불, 대나무숲도 우려
공중진화대원 정찰 활동에선 불이 번진 국립공원 구역 인근에 밀집한 대나무숲도 발견됐다. 박 주무관은 “대나무는 텅 빈 속을 타고 불길이 타오르고, 수관화(樹冠火ㆍ나무 상단부의 잎 무성한 부분을 태워 빠르게 번지는 불)를 부추긴다. 이 또한 지상에서 투입하는 인력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지상ㆍ공중전이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인데 오후에 예보된 강수량도 너무 적다. 지금은 국립공원 구간 산불 직접 진화보단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시 출동할 채비를 했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일주일째인 27일 오전 지리산과 인접한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일대에서 산불진화 헬기가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뉴스1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낮 12시 기준 산청ㆍ하동 산불 진화율은 77%로 집계됐다. 미군 헬기를 포함한 헬기 29대와 인력 2000여명을 투입해 주로 하동으로 번진 불길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체 화선 67㎞ 가운데 51㎞ 구간 진료가 완료된 가운데 주민 1784명이 동의보감촌 등으로 대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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