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최민우씨가 27일 영양군민회관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어묵을 제공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최민우·석유진 부부 붕어빵·어묵 봉사
27일 경북 영양군 영양읍 영양군민회관. 건물 입구에 세워져 있는 붕어빵 푸드트럭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한 자원봉사자가 “사장님. 어르신 드시게 어묵 3개만 주세요”라고 부탁하자, 푸드트럭 사장 최민우(53)씨가 큰 컵에 어묵 3개를 담아줬다. 한 주민이 “그냥 먹어도 되나요”라고 묻자, 최씨는 되레 “따뜻한 국물도 함께 드시라”며 손님을 위로했다.

최씨는 3년 전부터 영양군 일월면사무소 앞에서 붕어빵과 어묵을 파는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경북 의성 산불이 지난 25일 석보면 등 영양군으로 확산한 뒤 오갈 곳이 없어진 주민 일부가 영양군민회관에 머물고 있다. 산불 소식을 들은 최씨는 장사를 접고, 지난 26일부터 주민들이 모인 대피소에 푸드트럭 문을 열었다. 아내 석유진(59)씨가 붕어빵을 굽고, 최씨가 꼬치 어묵을 계속해서 채웠다.

그는 오전 7시쯤 대피소에 나와 준비한 재료를 모두 소진할 때 문을 닫는다. 붕어빵 반죽은 전날 최씨 부부가 집에서 직접 만든다. 최씨는 “하루에 붕어빵은 1000개, 어묵 3000개를 준비해 무료로 드시게 하고 있다”며 “산불로 마음고생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하루빨리 보금자리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내 석씨 역시 “손님들이 있었기에 먹고 살 수 있었으니, 힘들 때 돕는 게 맞다”고 했다.
지난 26일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 대피소에서 산불로 인해 대피한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 언제 오나” 대피소 주민 탄식
영양군 출신인 최씨는 대기업에서 20여년간 근무하다 척추 질환에 걸려 한때 하반신이 마비됐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고향으로 내려와 재활치료와 농사일 등을 하며 7~8년을 보냈다. 이후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 최씨는 “고향에 내려온 뒤로 천운이 따랐는지, 건강을 회복하고 걸을 수 있게 됐다”며 “대피소에 오신 대부분이 단골 손님이기도 하고, 건너 건너 아는 어르신들이라 산불 피해가 남의 일같지 않다”고 했다.

영양군으로 산불이 번진지 사흘째인 27일에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최씨는 “영양군에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넓은 범위에서 산불이 난 적은 처음”이라며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예보됐던 비가 내리지 않자, 대피소에 온 주민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석보면 요원리에 사는 권후남(74)씨는 “오전 8시쯤 대피소 천장에서 ‘뚝뚝’ 소리가 나 나가봤더니 땅도 못 적시고 그쳤더라”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주민 윤명옥(88)씨는 “평소 먹던 약도 못 챙기고 맨몸으로 나왔다”며 “살다 살다 이런 산불은 처음이다. 불이 꺼져야 집에 갈 텐데…”라고 걱정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285 이재명 "헌법재판관 고뇌 막중할 것…현명한 결정 신속히 요청" 랭크뉴스 2025.03.30
46284 韓대행, '모레까지 마은혁 임명' 野 고강도 압박에 '침묵' 랭크뉴스 2025.03.30
46283 [2보] 최상목 "산불로 역대 최대 피해…10조 필수추경 추진" 랭크뉴스 2025.03.30
46282 정부, 10조 규모 '필수추경' 추진… "산불 피해 신속 지원" 랭크뉴스 2025.03.30
46281 [단독] 여인형 방첩사, 비상계엄 5개월 전 ‘군 유일 견제기구’ 감찰실장직 편제서 삭제 랭크뉴스 2025.03.30
46280 [속보] 최상목 “여야 동의시 10조원 규모 ‘필수 추경’ 조속히 편성” 랭크뉴스 2025.03.30
46279 ‘울며 겨자 먹기’ 건설사 부채, 주식으로 떠안는 기업들…2000원대 주식 16만원에 인수 랭크뉴스 2025.03.30
46278 이재명 “헌재, 노고 얼마나 큰가…국민 불신 목소리도 커져” 랭크뉴스 2025.03.30
46277 김수현 영화 '리얼' 노출신·오디션 논란... 前 감독이 밝힌 입장 랭크뉴스 2025.03.30
46276 ‘최장기간 산불’ 경신 10분전 “산청산불 진화 완료” 선언한 산림청 랭크뉴스 2025.03.30
46275 박찬대 “한덕수, 1일까지 마은혁 임명 안 하면 중대결심” 랭크뉴스 2025.03.30
46274 "종일 헬스장서 살았는데"…'운동광' 20대, 갑자기 '이 암' 진단받은 사연 랭크뉴스 2025.03.30
46273 산불 진화 핵심 역할한 軍...누적 7500명 투입, 헬기·의료 지원도 랭크뉴스 2025.03.30
46272 [단독]도움 호소했던 영양군수 “주민 ‘대성통곡’에도 헬기 지원조차 되지 않았다” 랭크뉴스 2025.03.30
46271 [속보] 경북도지사 “산불 잔불정리 오늘 마무리…뒷불감시 전환” 랭크뉴스 2025.03.30
46270 산청 산불 213시간 34분 만에 주불 잡혀…역대 두번째 ‘긴 산불’ 랭크뉴스 2025.03.30
46269 "화장실서 매일 쓰는 건데 어쩌나"…비누 속 꽃향기가 뇌세포 손상 시킨다 랭크뉴스 2025.03.30
46268 발생 213시간 만에 꺼진 산청 산불… 산림 1,858㏊ 태웠다 랭크뉴스 2025.03.30
46267 이재명 "헌재, 노고 얼마나 컸나…불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랭크뉴스 2025.03.30
46266 방콕서 지진에 왜 '건설 중' 33층 건물만 붕괴?‥中시공사 조사 랭크뉴스 202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