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앞두고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종료음이 일찍 울려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정부가 100만~3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험생 측은 배상액이 너무 적다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김석범)는 2024학년도 수능 당시 서울 성북구 경동고 고사장에서 ‘타종 사고’로 피해를 본 수험생 4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2명에게는 각각 100만원, 나머지 41명에게는 인당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학생들이 수능 시험을 본 2023년 11월 경동고 고사장에선 1교시 국어영역 시험 중 감독관 실수로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1분30초가량 일찍 울렸다. 학생들은 ‘종이 빨리 울렸다’고 항의했지만 감독관들은 답안지를 걷어갔다. 학교 측은 2교시 수학영역 시험이 끝난 뒤 시험지를 다시 나눠주고 1분30초간 답을 마저 옮겨적을 시간을 줬지만, 이 과정에도 20여 분이 소요돼 학생들은 점심시간이 짧아지는 등 피해도 보았다고 한다. 이에 수험생들은 교육부와 서울시교육감 등을 상대로 ‘1인당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학생들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타종 사고가 감독관이 ‘공정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위법행위라고 봤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연령을 고려하면 예상치 못한 혼란이 벌어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충분히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배상액 산정과 관련해선 ‘수능에서 평소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거나 ‘재수를 하게 됐다’는 등 피해가 생겼다는 주장까지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른 타종사고에 비하면 조기 종료된 시간이 짧았던 점, 나중에 추가 시간이 제공된 점 등을 고려했다.
배상액이 다른 수험생보다 적은 2명은 나중에 제공된 추가 시간에 이전에 마킹하지 못했던 답을 모두 작성해 “마킹을 하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해당 소송을 대리한 김우석 변호사(법무법인 명진)는 선고가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교육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책임을 인정했다”면서도 “100만~300만원 정도만 배상하라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타종 사고가 여러 번 반복됐지만 교육부는 예방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이런 식의 판결을 한다면 올해도 타종 사고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