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북 의성 산불 속에서 구조된 금순이와 새끼들. 목줄에 피부가 벗겨졌고, 군데군데 화상이 남았다.오른쪽은 금순이의 불탄 발바닥. 유엄빠 인스타그램 갈무리

영남 지역에서 4~5일째 확산하는 대형 산불로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동물들의 수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목줄에 묶인 어미 개가 경북 의성 산기슭 사방이 막힌 뜬장 안에서 화마와 사투를 벌이며 새끼를 지켜낸 사연이 알려졌다.

25일 동물구조단체 ‘유엄빠’(유기동물의 엄마 아빠) 인스타그램에는 뜬장 안에서 목줄을 끊으려 몸부림치다 벌겋게 피부가 벗겨져 피가 흐르고, 몸 군데군데 검은 화상을 입은 진돗개 백구의 품에 서너 마리 새끼들이 파고든 사진이 올라왔다. 유엄빠는 이들을 구조한 뒤 어미 개에게 ‘금순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금순이의 젖에도 화상 자국이 선명하다. 유엄빠 인스타그램 갈무리

맹렬하게 타오르는 대형 산불이 지나가고, 불길에 휩쓸린 잿더미 속에서도 유엄빠 활동가들은 “혹시나 살아남은 생명이 있을까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구석구석을 뒤지던 중, 깊은 산기슭에 숨어있는 뜬장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산불 현장 곳곳에서 동물단체 활동가들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의성군은 전국 기초 지자체 가운데 65살 이상 노인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고령의 노인들이 급하게 대피하는 과정에서 반려동물까지 데려가기 힘든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국가·지자체가 운영하는 재난 대피소에는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다.

활동가들이 방문했을 당시 뜬장 안팎엔 산불이 할퀴고 간 흔적이 선명했지만, 안에는 쇠로 만들어진 굵은 목줄에 묶여 죄어오는 불길을 피해 도망칠 수도 없었던 어미 개와 새끼들이 기적처럼 살아남아 있었다.

유엄빠는 “불길이 할퀴고 지나간 흔적이 생생한 뜬장 안에는, 굵은 쇠줄에 묶여 도망칠 기회조차 빼앗긴 어미 개와 새끼들이 있었다”며 “어미 금순이는 불길 앞에서 새끼를 지키려 피부가 찢기고 벗겨질 때까지 필사적으로 몸부림친 흔적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유엄빠가 구조 직후 올린 사진에는 목줄에 묶여 불길을 피하려 몸부림치다 목덜미 털과 피부가 벗겨져 벌겋게 변하고 화마에 그슬려 몸 곳곳에 검은 자국이 남은 금순이의 모습이 담겨 있다. 유엄빠는 살아남은 새끼들이 구조 이후 금순이의 젖을 먹으려 품을 파고드는 영상도 공개했다.

유엄빠는 “뜬장 문 앞에는 이미 생명의 불꽃이 꺼져버린 작은 새끼 한 마리가 잿더미 속에 누워 있었다”며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활동가들이 살펴본 결과 불에 달궈진 뜬장 때문에 금순이는 발바닥이 탔고, 모유를 먹이느라 부은 가슴 역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온몸이 엉망인 금순이를 병원으로 옮겨야 했지만, 경계심이 너무 심해 목줄을 풀지도 못했다. 결국 병원에서 마취하고서야 목줄을 풀 수 있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금순이가 치료를 받고 있다. 목줄 풀기를 거부해 마취를 하고서야 풀 수 있었다. 유엄빠 인스타그램 갈무리

유엄빠는 “금순이의 하얀 이빨을 보니 어린아이”라며 “불길이 다가올 때 얼마나 공포스러웠을지, 어린 엄마 몸에는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전했다.

유엄빠는 화마 속에서도 굳세게 시련을 견뎠으니 ‘금같이 귀하게 살라’는 소망을 담아 ‘금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금순이는 화상 상처뿐 아니라 간 수치가 높게 나와 치료가 필요해 유엄빠는 치료비용을 모금 중이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069 [속보]장제원 전 의원, 유서 남기고 숨진 채 발견···피해자 측 “기자회견 취소” 랭크뉴스 2025.04.01
47068 [속보] 중대본 "산불 피해 경남·경북에 재난특교세 226억 추가 지원" 랭크뉴스 2025.04.01
47067 임무 중 실종된 미군 4명 중 3명 시신 발견…리투아니아서 뭔일 랭크뉴스 2025.04.01
47066 [단독] 한림대 의대생도 '전원 복귀'… 미등록 의대 한 곳만 남았다 랭크뉴스 2025.04.01
47065 “이 판단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서울대 교수 헌재에 ‘신속 선고’ 주문 랭크뉴스 2025.04.01
47064 SK증권 "한화, 그룹 승계 완료로 주가 불확실성 해소"[줍줍리포트] 랭크뉴스 2025.04.01
47063 벚꽃 폈다구요? “이 나무 가지에 세 송이 활짝 피어야 기록됩니다” 랭크뉴스 2025.04.01
47062 [속보] ‘성폭력 피소’ 장제원 전 의원, 숨진 채 발견…현장서 유서 나와 랭크뉴스 2025.04.01
47061 크래프톤은 베이비몬스터, 블리자드는 르세라핌… ‘인기 걸그룹’과 손잡는 게임업계 랭크뉴스 2025.04.01
47060 “갈치구이 인당 10만 원”…제주지사의 작심 발언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5.04.01
47059 장제원 전 의원, 어젯밤 숨진 채 발견…"현장서 유서 발견" 랭크뉴스 2025.04.01
47058 '너도나도 지브리 프사'…이미지 생성 열풍에 챗GPT 역대급 이용 랭크뉴스 2025.04.01
47057 예대금리차 통계 작성 후 최대… 은행 배만 불린다 랭크뉴스 2025.04.01
47056 트럼프 "북한과 소통 중... 김정은과 뭔가 하게 될 것" 랭크뉴스 2025.04.01
47055 한국인 1인당 年 18회 외래진료…OECD 3배, 75∼79세 41회 랭크뉴스 2025.04.01
47054 [속보]장제원 전 의원, 유서 남기고 숨진 채 발견···성폭력 고소인 측 “기자회견 취소” 랭크뉴스 2025.04.01
47053 매번 말로만 “FDA 승인 임박”…HLB는 언제쯤 볕들까요[이런국장 저런주식] 랭크뉴스 2025.04.01
47052 [속보] 트럼프 "상호관세 디테일, 美동부시간 1일밤 내지 2일 보게될것" 랭크뉴스 2025.04.01
47051 금융사 말만 믿고 옮겼다간 '낭패'…퇴직연금 중도해지 손실 폭탄 랭크뉴스 2025.04.01
47050 “높은 월세 감당 못 해”…중국 사회 초년생의 회사 화장실살이 [잇슈 SNS] 랭크뉴스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