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국민의힘이 태도를 180도 바꿨다. 선고를 앞두고 유죄를 확신하며 이 대표의 승복을 요구하더니, 정작 무죄가 나오자 판사 성향을 문제 삼으며 스스로 던진 말조차 지키지 않는 모양새다.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항소심 무죄 선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사법부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가 틀림없지만, 판사 정치 성향으로 판결이 좌우되면 법원 신뢰를 사법부 스스로가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하던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자, 판사 개인의 성향에 의해 불공정 재판이 이뤄졌다는 식으로 몰아간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날 “판사 개인의 성향이 직업적 양심을 누르고, 개인적인 성향이 판결에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하루 전 이 대표에게 재판 결과 승복을 요구하던 자신의 주장과도 배치되는 모순적 주장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사법부를 비난하며 “일각에서 제기한 우리법연구회 출신 좌파 사법 카르텔의 작품이었다는 의혹도 지울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이 재판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흔드는 공세를 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법원이 내란죄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판사들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관들에 대해서는 배우자와 동생의 활동까지 색깔론의 소재로 삼았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모든 불공정 재판의 배후에 우리법연구회”가 있다며 사법 불신 조장을 주도했는데, 정작 2년 전 자신의 강원랜드 채용 청탁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우리법연구회 출신 1심 재판장은 극찬해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법치를 핵심 가치로 여기는 보수정당이 맞냐는 비판이 나온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 브리핑에서 “바로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권성동 원내대표는 마치 유죄를 확신한 듯 2심 판단에 승복하라 큰소리치더니 오늘은 또 말을 바꾼 것 같다”며 “국민의힘은 유불리에 따라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을 인정하고 어떨 땐 부정하는 행태를 반복한다. 이러니 정상적인 정당이라 얘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헌정과 사법부 질서를 어지럽히는 비정상 정당”이라고 거듭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