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트랙터 1대가 26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트럭에 상차하고 있다. 최경윤 기자
서울 도심에 있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트랙터 1대가 집회 장소 내 짧은 행진 뒤 트럭에 실려 귀가하게 됐다. 트랙터가 트럭에 실려 집회 장소를 떠나자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우리가 이겼다”를 연호했다.
26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 인근에 있는 전농 소속 빨간 트랙터 1대가 집회 신고된 장소 내에서 300m가량 행진한 뒤 트럭에 실려 귀가하기로 경찰과 합의했다. 조광남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은 “여러분의 힘으로 이 트랙터가 다시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며 트랙터를 운전해 트럭에 실었다. 이후 트럭은 집회 장소를 떠나 귀가했다.
이날 새벽부터 전농 등 농민·시민들과 경찰은 트랙터 서울 진입을 두고 대치를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오전 4시15분쯤 서십자각 천막농성장 인근에서 발견된 트랙터 1대를 견인 시도했다. 경찰은 이 트랙터가 지난 25일 전농의 상경 시위에 참여했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에서 가로막히자, 밤사이 트럭을 타고 우회로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이 트랙터를 견인해 강제로 이동시키려 하자 시민들은 스크럼을 짜고는 “트랙터 상경 시위를 막아서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비상행동 관계자 1명이 연행됐다. 비상행동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평화적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참가자에게 폭행을 행사하고 정차된 트랙터를 법적 근거 없이 물리력으로 견인했다”며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등 경찰 관계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오후 7시부터는 전농과 비상행동 등 경찰 비공식 추산 6000명이 경복궁역 인근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직장 퇴근 후 집회에 참여한 안모씨(53)는 “트랙터 한 대뿐인데 이 행진이 시민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볼 수 있냐”며 “설령 많다고 하더라도 안전에 위협되지 않으면 시위가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경찰)차 빼라!”를 외치던 시민들은 트랙터와 함께 행진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겼다”며 환호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트랙터 1대가 26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경찰차에 둘러싸여 있다. 최경윤 기자
앞서 법원은 지난 24일 전농이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트랙터를 이용한 행진을 금지하고 트럭은 20대까지만 서울 진입을 허용했다. 이에 25일 경찰은 서울 남태령에서 전농 트랙터의 진입을 막아서며 시위대에 해산을 요구했다. 25~26일 시민들은 남태령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