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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이 뿌연 연기에 갇혀 있다. 당국은 산불이 5㎞ 근처까지 접근하자 지붕에 물을 뿌리고 물탱크차를 배치했다. 김종호 기자
26일 오후 6시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하회마을에 들어서자 뿌연 연기가 자욱했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집 곳곳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자 소방대원들이 기와로 된 집과 초가집에 연신 물을 뿌리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소방대원은 “산불이 넘어올 것에 대비해 마을 전체 집에 물을 여러 차례 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지난 25일 안동시를 향해 오면서 하회마을에 적막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산불 확산 우려에 주민을 제외한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상당수 주민도 대피한 상태다. 현재 산불로 발생한 연기는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뒤덮었고,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민 이모(86)씨는 “불이 마을까지 오면 대피할 수 있게 준비해 놨다”고 말했다.

현재 하회마을 종합안내소 앞은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들이 지키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일반인은 통제 중이며 하회마을 측에서 대피 방송을 수차례 했다”고 말했다.

안동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산불은 하회마을에서 5㎞가량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 앞서 경북소방본부는 소방헬기를 동원해 낙동강 물을 퍼서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 뿌렸다. 경북소방은 하회마을 방어를 위해 대용량포방사시스템도 배치했다. 이 시스템은 일반 소방차 26대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소방차도 하회마을에 19대, 병산서원에 5대 배치된 상태다. 또 누구나 불을 끌 수 있게 마을 소화전 30곳도 모두 열어놨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豊山 柳氏)가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고 마을 곳곳에 서원·사당·정자 등 문화유산이 있다. 풍산 류씨 종가인 양진당과 서애 유성룡 생가인 충효당은 보물로 지정됐다.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건축물도 9곳 있다. 여기엔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병산서원도 있다. 병산서원 만대루(晩對樓)는 보물로 지정됐다.

한편, 이번 산불 확산으로 인해 한때 소실됐다고 알려진 경북 안동시 만휴정이 기적적으로 ‘생환’하면서 화마를 피하는 데 역할을 한 방염포(정식 명칭은 방염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전날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안동시 길안면의 16세기 정자 만휴정이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산불이 길안면 쪽으로 뻗어오자 안동시는 기와지붕을 제외한 목조건물 전면에 방염포를 덮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 방염포는 열기가 1000도 이상일 때 10분 정도, 500~700도는 무제한 버틸 수 있다”며 “불티가 닿았다 해도 700도 이상 올라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염포는 면 직물에 방화 성능의 특수재료를 함께 짜넣은 천으로 불길을 차단한다. 주로 산업·공공시설에 안전용으로 비치된다. 전주대 김동현 소방방재과 교수는 “문화유산 중에서도 화재에 취약한 목조물 등에 방재 효과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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