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운산리에서 전소된 주택 주변으로 강아지가 서성이고 있다. 안동=연합뉴스

경상권에 초대형 산불이 휩쓸고 있는 가운데 화재 현장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동물들의 안타까운 상황이 동물구조단체를 통해 전해졌다. 이들은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많이 마신 개들은 치료가 시급하다며 현장에서 개를 인계해 수도권 병원으로 데려가 줄 수 있는 봉사자를 수소문하고 있다.

동물구조단체 ‘위액트(WEACT)’는 지난 23일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경남 산청군, 경북 안동·의성·영양군 등 산불 피해 지역에서 진행한 개 구조 활동을 공개해 왔다. 위액트는 화재로 위급한 지역에서는 개의 목줄을 직접 끊어 구조하고, 진화된 곳에서는 개에게 물과 식량을 주고 보살피는 활동을 했다. 구조된 개 가운데 산소 결핍 증세가 있으면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도록 했다.

경북 산불 현장에서 목줄을 한 채 홀로 남겨진 개가 동물구조단체 활동가를 바라보고 있다. 위액트 인스타그램

산청군에서는 위액트 활동가들이 희미한 개 울음소리를 듣고 구조를 위해 쓰러진 나무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한 활동가는 “산 중턱 전신주에서 목줄을 한 개를 마주한 순간 전깃줄이 녹아내리며 스파크가 튀기 시작해 목줄을 풀고 아이(개)를 안고 뛰어 내려왔다”며 “아이 보호자를 아시는 분은 연락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에는 “산불로 위험한 상황에서 어떻게 개의 목줄을 풀어주지도 않고 주인만 대피했느냐”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경북 화재 현장에서 산불 진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위액트 활동가들이 개를 보살피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한밤중 산불 진화 현장을 담은 영상에서 위액트 활동가는 “(목줄과 뜬장 등)시골에서 뭔가를 지키기 위해 사는 강아지들의 사육환경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하지만 우리 기준에 맞지 않는 환경에서 사는 개를 다 구조할 수는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강풍이 불고 물이 없어서 불을 끄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주인들이 목줄을 풀고 뜬장을 열어준 분들이 많았다”라며 “(개를 묶어놓고 대피하던)옛날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26일 영양군에서는 화재로 전소된 마을의 학교로 추정되는 건물 근처에서 화상을 입은 개가 구조되기도 했다. 위액트 활동가는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많이 마신 탓에 거품을 토하는 개들이 많이 남아있다.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는 것이 절실한데, 위액트는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해야 한다”며 “경북 영양에서 경기권으로 이동이 가능하신 분들은 DM(인스타그램 메시지)을 남겨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