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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 위치한 A요양원 입소자 21명 가운데 3명이 대피하던 중 차량이 전소돼 사망했다. 사진은 A요양원의 한쪽에 마련돼 있는 별관으로 모두 불탔다. 이은지 기자
지난 25일 경북 영덕 산불을 피해 이동하다 차량 전소로 A요양원 입소자 3명이 사망한 가운데 나머지 입소자 18명은 영덕의 한 교회에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A요양원은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 있으며, 입소자 21명은 70~80대 고령자다.



입소자 21명 25일 오후 8시20분 대피…마지막 출발 차량 전소
26일 중앙일보 취재진이 영덕의 한 교회에서 만난 A요양원 복지사는 “지난 25일 오후 8시20분 대피를 시작했는데 교회에 도착한 시각은 26일 오전 1시쯤이었다”며 “바닷가 쪽으로 대피했다가 고립되기를 반복한 탓에 10㎞를 이동하는데 5시간이 더 걸렸다”고 말했다.

대피과정에서 A요양원 입소자 3명이 사망한 탓에 대피소 분위기는 장례식장처럼 침통했다. 복지사는 “입소자들에게 ‘대피하라’고 말을 하는데 불길이 요양원 바로 뒤까지 번졌다”며 “거동이 불편한 입소자도 많아서 죽기 살기로 휠체어에 태워서 직원 차량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입소자는 삼삼오오 나눠 직원 차를 타고 대피했고, 사고가 난 차량은 요양원에서 가장 마지막에 출발했다고 한다. 이 차량에는 여직원 2명과 입소자 4명이 타고 있었다. 차량이 영덕 7번 국도로 진입하던 중 사방팔방으로 불티가 날아다녔고, 출발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차량에 불이 붙었다고 한다.

차량에 붙은 불길이 점점 거세지자 요양원 직원은 차에서 내려 뒷좌석에 있던 입소자를 하차시키기 시작했다. 입소자 1명을 하차시키고, 두 번째 입소자를 하차시키려는 찰나 차량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차량이 폭발했다. 직원 2명은 어쩔 수 없이 구조를 포기하고 입소자 1명과 도로 밖으로 벗어났다고 한다.

이들은 도로 한쪽에서 도움을 청했고, 지나가던 차량을 얻어타고 바닷가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또다시 다른 차량으로 옮겨 탔지만 여기저기 국도가 막혀 고립되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가 26일 오전 1시가 넘어서야 대피소에 도착했다.
지난 25일 경북 의성군 옥산면 당진영덕고속도로 인근 신계리 일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요양시설인데도 구급차 지원 안돼…영덕군 “구급차 2대뿐”
A요양원 복지사는 “산불이 났는데도 요양원에 구급차라든지 이송 차량 지원이 전혀 없었다”며 “정부기관의 도움으로 현장을 빨리 벗어났다면 마지막에 출발했던 차량이 불에 타 전소되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A요양원 원장은 “먼발치서 보이던 불길이 요양원까지 오는데 15분밖에 안 걸렸다”며 “정부에서 좀 더 빨리 조처를 해줬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라며 망연자실해 했다.

영덕군은 지난 25일 오후 6시 3분 A요양원을 비롯한 요양시설 5곳에 대피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영덕군 관계자는 “공문을 보낸 후 산불로 휴대전화가 먹통 된 상황이라 제대로 대피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날 오후 8시 20분 A요양원을 직접 방문했다”며 “대피하라고 지시한 뒤 곧바로 다른 시설로 이동했는데 이런 사망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구급차는 영덕보건소와 영덕아산병원에 각각 1대가 있을 뿐”이라며 “대피를 위해 포항에 있는 사설 구급차를 섭외해 A요양원으로 보냈지만 당시 도로가 막혀 사설 구급차가 A요양원에 가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 위치한 A요양원 입소자 21명 가운데 3명이 대피하던 중 차량 전소로 사망했다. 사진 이은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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