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생긴 싱크홀(땅 꺼짐)을 주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이준헌 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 꺼짐) 사고 발생의 원인 중 하나로 인근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연관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앞서 2014년 서울 송파구 대형 싱크홀 발생 사건 때도 지하철 공사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당시 송파구 공사 현장에서는 추가로 대형 ‘동공’이 발견됐기에 이번 사고에서도 추가 싱크홀 발생 가능성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서울시가 구성했던 싱크홀 조사단이 작성한 ‘석촌지하차도 동공 발생원인 조사보고서’를 보면 그해 8월 발생한 송파구 대형 싱크홀과 동공 형성의 원인은 ‘지하철 공사’였다.
2014년 8월5일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근처에서 폭 2.5m, 깊이 5m, 길이 8m의 싱크홀이 발견됐고 8일 뒤 가로 5~8m, 세로 4~5m, 길이 80m짜리 초대형 동공 등 동공 7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지반, 터널, 수리, 상하수도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11명으로 이뤄진 조사단은 싱크홀 발생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우선 지질, 지형 특성을 파악했다. 이후 인근 지하철 9호선 건설 공사와 제2롯데월드 건설에 따른 영향도 조사했다. 사고 현장을 지나던 상하수도관 등 지중매설 관로의 영향이 있는지 등도 분석했다. 석촌지하차도 싱크홀 현장 근처에서는 시추 조사도 진행했다.
보고서를 보면 시추 조사한 26곳 중 지하철 9호선 ‘실드터널(Shield Tunnel)’이 통과하는 7곳에서만 동공이 발생했다. 이 동공들의 위치는 실드 기계가 장비 점검 등으로 멈췄던 위치와 상당 부분 일치했다. 실드 터널 공법은 원통형 기계를 회전 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며 굴 모양으로 터널을 파는 방법으로 지반이 연약한 곳에 쓴다.
2014년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했던 대형 싱크홀과 관련해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시 조사단이 조사한 결과 시추 조사한 26공 중 지하철 9호선 ‘실드터널(Shield Tunnel)’이 통과하는 7곳에서만 ‘동공’이 발생했다. 위치는 실드 기계가 장비 점검 등으로 멈췄던 위치와 상당 부분 일치했다. 보고서 갈무리
조사단은 ‘과도한 굴착’이 사고 원인 중 하나라고 봤다. 조사단은 시공사가 제출한 ‘설계 굴착량’과 ‘실굴착 토사량’을 비교했다. 실드터널 공법은 실굴착 토사량과 설계 토사량을 비교해가면서 지반 붕괴 위험을 방지한다. 굴착을 너무 많이 해 붕괴 위험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설계 굴착량은 굴착 단면에 길이를 곱해 계산하고, 실굴착 토사량은 24t 덤프트럭 몇 대가 토사 운반에 사용됐는지로 계산했다. 설계 굴착량은 2만3842㎥였고, 실굴착 토사량은 2만7159㎥였다. 14% ‘과굴착’이 있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지하철 공사 시공사에 ‘동공 발생 위험이 크므로 이에 대한 방지 대책과 지반 동공 조사, 지반 보강 방안을 마련해 터널 공사를 추진하라’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법을 바꿀 것도 요청했다. 하지만 시공사 측은 지반 보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석촌지하차도 동공 발생은 실드터널 굴착 공사의 영향인 것으로 확인됐고, 실드터널 공사 관리, 품질관리 잘못이 주원인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결론 내렸다.
2014년 조사단장을 맡았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강동구 사고 현장과 당시 송파 싱크홀 현장이 닮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인 곳에서 대규모 싱크홀이 발생했고, 지질 구조도 암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하수 흐름도 활발한 편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교수는 “공사 관리는 제대로 됐는지, 지하수의 영향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9호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 인근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동구 싱크홀의 원인으로는 지하철 공사 외 상수도관 파열도 꼽힌다. 강동소방서는 지난 24일 사고 직후 상수도관 파열의 영향으로 싱크홀이 생겼을 수 있다고 밝혔다.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25일 사고 현장 브리핑에서 “지하철 공사와의 연관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종합 정밀 조사를 통한 원인 분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