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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6일 천안함 15주기>
[최원일 전 함장, 최광수 수병 인터뷰]
좌초설 가짜뉴스 생존 장병들 큰 고통
잊혀진 지금이 오히려 갈등 종식 기회
천안함 피격사건 15주기를 이틀 앞둔 24일 당시 수병이었던 최광수(왼쪽) 생존 장병과 최원일 전 함장이 서울 용산구 '326호국보훈연구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기습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해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사망했다. 천안함 피격 15주기를 이틀 앞둔 24일 서울 용산구 '326 호국보훈연구소'에서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57) 예비역 대령과 수병이었던 최광수(37)씨를 만났다. 최 전 함장은 2021년 전역 뒤 2년 전 '326 호국보훈연구소'를 창설해 심리치료 등 생존 장병을 위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최씨는 2010년 제대 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다 2012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5년 전 다시 한국에 돌아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두 생존자는 피격 사건 이후에도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최씨가 58명의 생존 장병 중 유일하게 꾸준히 연락하는 사람이 최 전 함장이라고 한다.

15년 지나도 여전한 가짜뉴스 그림자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천안함 피격 사건 후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시달렸던 아픔을 담담히 복기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최 전 함장과 최씨는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15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최 전 함장은 천안함에 '좌초설' 가짜뉴스가 덧씌워지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피격 사건은 6·2 지방선거 직전 발생했어요.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 소행이라고 조작해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고 선동했고, 이명박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했죠. 그 틈을 음모론자들이 파고들었어요."

그는 군이 군사 기밀을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며 자극적인 음모론만 남았고, 사람들은 아무리 설명해줘도 진실을 믿지 않게 됐다"며 "지금의 혼란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탄핵 정국에서 각종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국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현재 상황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그렇게 퍼져나간 가짜뉴스는 여전히 생존 장병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최 전 함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많은 악성 메시지와 댓글을 받는다. 휴대폰엔 "왜 너만 살았냐" "이제라도 양심선언해라" 등 욕설과 저주가 빼곡했다. "참다 못해 몇 년 전부터 고소를 시작했어요. 지금은 1년에 40~50건 정도 진행합니다.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또 악플(악성 댓글)이 줄줄 달리겠죠." 최 전 함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최씨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그거 좌초잖아. 너도 알고 있지" "부럽다. 나라에서 돈 받겠네" "나도 군대에서 다쳐서 나올걸" 등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최씨는 "태연한 척 넘기지만, 속은 타들어간다"고 토로했다.

특히 가짜뉴스를 재생산하는 유튜버로 인한 폐해가 크다. "유튜브에 시각 효과까지 더해 올리면, 사람들은 그대로 믿어요. 그걸로 후원금을 받는 경우도 많죠. 한 유튜버를 고소했더니, '고소왕 최원일에게 벌금형 200만 원 받았다'며 라이브 방송을 하더군요. 슈퍼챗(후원금)이 쏟아져 벌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겠죠."

가짜뉴스가 생존 장병들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킨 적도 있다. 최씨는 파리에 있을 때 신상철(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하는 인터넷 사이트 대표)씨 지인과 만난 적이 있다. 천안함 얘기는 안 꺼내기로 했고 실제 최씨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에 있는 생존 장병이 양심선언을 했다'는 말이 퍼졌다. 최씨는 처음엔 개의치 않았지만 다른 생존 장병들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거냐고 궁금해한다"는 얘기가 돌자 바로잡기 위해 언론 인터뷰를 해야 했다.

최 전 함장에겐 천안함을 이용하려는 극우 세력도 경계 대상이다. "매년 3월 26일 광화문에서 추모행사를 하는데, 이른바 '태극기 부대'가 주관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천안함 하면 태극기 부대를 떠올리죠. (그게 싫어서) 거기에서 나를 불러도 한 번도 안 갔어요."

"지금이 '포스트 천안함' 적기"

천안함 당시 수병이었던 최광수 생존 장병이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천안함이 잊힌 지금이 갈등과 가짜뉴스를 종식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시몬 기자


두 사람은 천안함 피격이 잊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 전 함장은 "15주기인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학생들도 천안함을 모르고, 군인들조차 잊어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이 천안함을 둘러싼 갈등과 가짜뉴스를 종식할 기회라는 기대감도 든다. 최씨는 "젊은 세대들은 천안함에 대해 잘 몰라서 진영 논리에 따른 편견이 없다"며 "이들이 누구 편에 서기보다 사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천안함에 대해 본질적으로 바라봐 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최 전 함장도 "여러 번 기회를 놓쳤지만 이제는 '포스트 천안함'을 통해 대한민국과 군이 새로 태어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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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뢰 밟아 발 으스러졌는데 유공자 탈락… 부상 제대 군인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709060001439)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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