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원유 수출국’ 러시아 반사이익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3월 24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에서 그리스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베네수엘라로부터 석유 및 가스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미국과의 무역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부를 향해 “미국과 미국이 지지하는 자유에 적대적인 국가”라며 이번 제재 이유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처와 관련해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고의적이고 기만적인 방식으로 범죄자들을 침투시키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일명 ‘세컨더리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따라서 베네수엘라로부터 석유나 가스를 구입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의 모든 무역에 대해 25%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쓴 ‘세컨더리 관세’는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한 제재를 뜻하는 ‘세컨더리 제재’를 연상시킨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미국 외에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을 함께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엔엔(CNN)이 인용한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Lipow Oil Associates)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베네수엘라는 일 평균 92만1천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고, 이 중 35만1천 배럴을 중국이 사들였고 미국은 그 다음(22만8천 배럴)이다. 참고로, 미국은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원유 수입량 중 베네수엘라 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11월 기준 약 3.5% 가량이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석유의 약 20%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의 에너지기업 셰브론(Chevron)의 베네수엘라 철수 시한을 5월 27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재무부가 셰브론에 오는 4월3일까지 사업을 정리하라고 명령한 바 있는데, 촉박했던 철수 시한을 연장해 주며 숨통을 튼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산 전 품목에 대해 펜타닐 유입 명목으로 20%의 관세를,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추가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관세가 기존 관세에 더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국이 계속해서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수입할 경우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총 관세율은 일반 품목의 경우 45%, 철강 및 알루미늄의 경우 70%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치의 수혜자가 또다른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경우, 베네수엘라산 석유가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기 때문에 관세 인상 위협이 오히려 중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석유를 조달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에너지 분석기관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애널리스트 호르헤 레온(Jorge León)은 전했다. 골드윈 글로벌 스트래티지스(Goldwyn Global Strategies)의 대표 데이비드 골드윈도 로이터에 “미국의 새로운 관세는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증가시키는 아이러니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산 석유에 접근하기 위해 추가 관세를 감수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국에 대한 25% 관세 부과 정책을 시행하기로 한 트럼프 정부를 “완전히 자의적이고 불법적이며 절박한 조처”라며 규탄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도 시사했다.
베네수엘라산 석유 구매자에게 부과될 25%의 관세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예고했던 4월2일 함께 발효된다. 관세 만료 기간은 트럼프 행정부의 별도 명령이 없는 한 베네수엘라 석유가 마지막으로 수입된 날로부터 1년간이다. 예컨대 어떤 나라가 2025년 4월 1일을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 석유 수입을 중단했다면, 관세는 2026년 4월1일까지 유효한 셈이다. 현재 한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