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공혜란(오른쪽·30)씨와 김준영(31)씨 부부가 아기들과 함께 누워 환히 웃고 있다. 왼쪽부터 새힘·새찬·새강·새별·새봄이. 김성룡 기자
“다섯을 모두 낳기로 한 결정이 과한 욕심이었나 자책한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울 따름이에요.”

25일 경기도 동두천시 자택에서 만난 국내 첫 자연임신 다섯 쌍둥이의 엄마 사공혜란(30)씨는 “드디어 첫 가족사진을 찍게 됐다”며 기뻐했다. 첫째 새힘이가 전날(24일) 퇴원하면서 다섯 쌍둥이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생후 6개월 만이다.

사공씨·김준영(31)씨 부부는 지난해 9월 20일 다섯 쌍둥이 새힘·새찬·새강·새별·새봄이(남아 3명·여아 2명)를 품에 안았다. 자연임신으로 다섯 쌍둥이를 임신·출산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다섯 남매는 그러나 한데 모이지 못했다. 가장 작게 태어난 넷째 새별이가 6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고, 새별이가 퇴원할 무렵 새힘이가 요로감염·패혈증으로 입원했다.

이날에야 다섯 쌍둥이가 ‘완전체’로 뭉치게 됐다. 사공씨는 “지난해 출산 때만 해도 ‘3~4개월이면 다 모이겠지’ 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기적이 현실로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기자가 방문한 다섯 쌍둥이의 집은 육아로 분주했다. 일곱 식구는 낮엔 거실에서 지내고 밤엔 퀸사이즈 침대 두 개를 이어 붙인 작은 방에서 함께 잠을 잔다. 사공씨는 “다섯 명 육아는 네 명 때와는 또 다르다”며 “수유를 두 번씩만 해도 젖병이 10개가 나온다. 갑자기 모든 게 소용돌이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섯 쌍둥이를 출산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키 151㎝에 아담한 체격인 사공씨는 다섯 아이를 온전히 품을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고 한다. 그래도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자식을 끝까지 지켰던 부모처럼 아이들도 힘겨운 치료를 이겨냈다. 27주 차 만에 태어난 이들은 신생아 평균 체중에 한참 못 미쳤다. 새힘·새찬·새강이는 각각 체중 969g, 888g, 953g으로 태어났고, 넷째 새별이와 막내 새봄이는 736g, 731g이라는 작은 몸무게로 세상에 나왔다. 출생 직후 이들은 인큐베이터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다. 사공씨는 당시 왕복 세 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일 오가며 아이들을 살폈고, 모유를 전달했다.
사공혜란씨(왼쪽)와 김준영씨 부부가 아기들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새봄, 새별, 새힘, 새강, 새찬. 김성룡 기자

다섯 쌍둥이는 퇴원 전까지 수차례의 수술·치료도 견뎠다. 모두가 눈 수술을 받았으며 둘째는 갑상샘 문제, 셋째는 세균 감염으로 추가 치료를 받았다. 넷째는 동맥관 개존증 수술에 이어 후두 연화증으로 가장 오랜 입원 생활을 했고, 막내는 장에 천공이 생겨 응급 수술을 받는 위태로운 순간을 넘겼다. 하지만 의료진의 보살핌과 부모의 헌신 덕분에 다섯 쌍둥이는 건강을 되찾았다. 이들은 퇴원 때 모두 3㎏을 넘었다.

아빠 김씨는 “이제까진 부모보다 병원이 아이들을 돌봐준 것”이라며 “모든 의료진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공씨는 “아이들이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세상에 태어난 만큼 앞으로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다섯 쌍둥이 주치의였던 윤영아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장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다섯 아이가 무사히 퇴원해 정말 뿌듯하다. 앞으로도 세상에서 더 많이 사랑받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831 문 전 대통령 서면 조사에, 민주 “검찰 총장 딸 문제 제대로 수사하라”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30 "거기 서!" 필사의 전력질주 '부앙 쾅' 난리 난 아파트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29 경남 산청 산불 9일째… 산림청 “지리산 마지막 주불 진화 총력”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28 '경북 산불' 사망자 2명 늘어…화마에 26명 목숨 잃어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27 석유 부국인데도 연료가 없다…‘주 13.5시간 노동’ 고육책 짜낸 이 나라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26 경남 산청 산불 9일째…“오늘 지리산 주불 진화 목표”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25 [시승기] 유럽보다 2000만원 싼 볼보 전기 SUV ‘EX30′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24 주불 진화한 경북 산불... 사망자 2명 늘어 26명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23 미국 지질조사국 "미얀마 강진 사망자 1만 명 넘을 확률 71%"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22 4월 탄핵 선고 3가지 시나리오…윤석열 파면·복귀, 아니면 헌재 불능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21 트럼프 “푸틴과 러시아의 ‘북한 무기’ 구매 관련 논의한 적 없어”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20 미국 지질조사국 "미얀마 강진 사망자 1만명 넘을 확률 71%"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19 [속보] ‘경북 산불’ 영양·의성서 사망자 2명 추가… 총 26명 숨져 new 랭크뉴스 2025.03.29
45818 '산불사태' 인명피해 70명으로 늘어…안동·의성 재발화(종합) 랭크뉴스 2025.03.29
45817 “통장 0원 찍혔지만…” 번식장 60마리 구한 주인공 [개st하우스] 랭크뉴스 2025.03.29
45816 헌재 “피청구인 윤석열 파면” 선언할 때다 [김민아의 훅hook] 랭크뉴스 2025.03.29
45815 뉴턴 사과나무도 직접 본다…'한강의 기적' 함께한 이곳 개방 랭크뉴스 2025.03.29
45814 [속보] 경북 안동·의성 산불, 부분 재발화‥헬기 투입 진화 중 랭크뉴스 2025.03.29
45813 미얀마 7.7 강진에…美 "사망자 1만명 넘을 가능성 70% 넘어" 랭크뉴스 2025.03.29
45812 “애타는 이재민·가족들 위해” 지리전공 대학생들이 만든 ‘대피 지도’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