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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대형 싱크홀 사망 1명 부상 1명
누수로 작업 난항… 17시간 만에 시신 수습
원인 규명 조사 착수, 지하철 공사 연관성도
경찰이 25일 서울 강동구 한영외고 앞 도로의 대형 싱크홀(땅 꺼짐) 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전날 이곳에서 직경 20m, 깊이 20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30대 남성이 떨어졌고, 이날 숨진 채 발견됐다. 하상윤 기자


서울 도로 한복판에 생긴 직경 20m, 깊이 20m 규모의 대형 싱크홀(땅 꺼짐)에 매몰됐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끝내 숨졌다. 서울시는 싱크홀 인근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와의 연관성 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25일 브리핑을 열고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34)씨가 이날 오전 11시 22분쯤 싱크홀 중심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박씨는 전날 오후 6시 30분쯤 이곳을 지나다 땅이 꺼지며 떨어졌다. 강동소방서는 이날 새벽 싱크홀에서 박씨 휴대폰과 오토바이를 찾았고 사고 발생 17시간 만에 시신을 수습했다.

싱크홀에 누수된 물 2,000톤이 토사 6,480톤과 섞인 채 고여 있었고 인근 공사장 중장비까지 뒤엉켜 박씨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김창섭 강동서 소방행정과장은 "밤새 물을 빼고 중장비를 투입해 바닥부터 긁어내는 작업을 진행한 후 (박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이곳을 지나던 40대 여성의 부상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여성은 몰고 있던 승합차가 잠깐 싱크홀로 들어갔다가 턱에 뒷바퀴가 걸려 튕겨져 나와 머리, 허리, 우측 다리에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25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 사거리에서 전날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사고로 지반이 드러나 있다. 강예진 기자


사고 원인으로는 인근 상수도 누수로 인해 연약해진 지반이 주저앉았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노후 상하수도 누수는 지하수로 생긴 지반 아래 빈 공간(공동)과 함께 싱크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를 막으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지하 빈 공간을 탐지할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실질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문제라는 지적이 이전부터 제기됐다.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대형 싱크홀 발생에 영향을 줬는지도 검토될 예정이다. 싱크홀 주변에는 지하철 터널을 뚫는 굴착 공사가 한창이었다. 야간작업에 투입된 작업자 네댓 명이 터널에 들어갔다 누수를 확인하고는 이상 징후를 느끼고 대피했는데, 지상 교통 통제 등 사후 조치를 하기도 전에 지반이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터널 굴착 지점과 싱크홀 지점이 거의 일치한다"며 "공사와 사고의 연관성을 100% 배제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장소는 서울시가 내달부터 싱크홀 예방 점검을 하려던 지점이었다. 서울시는 지하 빈 공간 예방을 위해 정기 점검은 5년에 한 번씩, 특별 점검은 해마다 1, 2회 시행한다. 강동구 싱크홀 부근은 2019년 서울시의 마지막 정기 점검과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의 특별 점검 모두 이상이 없었다. 지난해 국토부 특별 점검으로 따로 정기 점검을 하지 않은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는 자체 특별 점검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사고 장소 일대가 서울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장 인근이라 특별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24일 서울 강동구 한영외고 앞 도로에서 직경 20m, 깊이 20m가량의 대형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한 가운데 25일 경찰이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서울시는 관계 기관 및 전문가들과 원인 규명 등을 위한 합동 조사에 나선다. 국토부가 발표한 싱크홀 예방 대책이 이행됐는지도 조사에 포함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연약지반 공사 시 착공 뒤에도 관리자가 안전도를 점검하도록 하고, 하천 주변 등 고위험 지역을 2년에 걸쳐 전수조사하는 안을 추진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라 경찰도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부검을 검토 중"이라며 "사고 원인이 나오면 건설사의 법규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라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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