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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천경자 화백이 그린 ‘미인도’.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 관련 민사 재판에 작품을 감정했던 감정인 9명의 의견이 담긴 검찰 수사기록이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위작 여부를 살폈던 검찰은 감정 결과 “진작(진짜 작품) 의견이 우세했다”며 불기소 결정했는데, 이 수사기록에는 정작 감정위원 절반 이상이 ‘진작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점이 드러났다. 수십 년간 진행돼 온 법정 싸움도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25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법무부는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재판장 최성수)에 2016년 검찰 수사기록에 담긴 ‘9명 감정위원의 소견이 적힌 감정서’를 제출했다. 이 재판은 천 화백의 자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항소심이다. 1심은 2023년 7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에서 천 화백의 미인도를 대중에게 처음 공개했는데, 그림을 본 천 화백은 이 작품이 가짜라고 주장했다. 미술관은 작품 유통 경로까지 공개해가며 진작이라고 맞섰다. 2015년 천 화백이 숨지자 김 교수는 미술관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고소했다. 그런데 검찰은 작품 감정을 진행한 뒤 “진작 의견이 우세했다”며 불기소 결정했다. 이에 김 교수는 “검찰의 불법수사로 피해를 봤다”며 다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지난 1월 “소송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당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 언급된 9인의 감정의견이 각각 어떤 것이었는지 밝힐 증거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그간 ‘문서 공개로 인해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감정서를 공개하라는 유족 측 요구를 거부해왔다.

법무부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당시 감정서를 보면, 9명 감정인 중 ‘진작 의견’을 낸 건 4명뿐이다. 나머지 3명은 ‘위작’, 2명은 ‘판단 불명’ 의견이었다. 9명 중 과반인 5명이 진작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 문서에서도 구체적인 감정 소견은 모두 가려져 있었다.

김 교수 측은 “9명 중 5명 감정위원이 위작 또는 판단불명 의견을 냈는데도 검찰은 ‘진작 의견이 우세했다’며 감정 결과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검찰이 위작 의견을 낸 감정위원들에게 따로 설득했던 정황이 있었다며 “진작 의견을 낸 위원이 4명뿐이었다는 것은 검찰이 왜 위작 의견을 낸 이들을 따로 불러내 설득하려 했는지 그 동기를 설명해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실제 위작 의견을 냈던 감정위원 중 한 명은 2017년 언론인터뷰 등에서 “천 화백의 그림과 다른 부분 10여 가지를 적어내며 위작으로 판정했는데, 담당 검사에게 ‘이거 그냥 진품으로 보면 어떠냐’는 전화를 받았다”며 “‘끝장 토론’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집요하게 설득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다만 법무부 측은 당시 감정서를 제출한 후에도 “판단 불명 의견은 진위에 대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판단 불명 의견 2명을 제외하고 진작과 위작 의견 사이의 우위만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다음 달 18일 선고기일을 열고 2016년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나온 지 약 9년 만에 미인도 감정에 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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