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를 재적 과반으로 선언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으로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헌법재판소가 24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에 필요한 국회 의결정족수를 151석이라고 인정한 것을 두고 여당 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170석) 단독으로 언제든 대통령 대행을 탄핵할 길이 열렸단 점에서 국정 마비 우려가 나오지만, 민주당의 ‘줄 탄핵’ 실책을 자극해 여론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여당 내 시각도 적잖다.
헌재는 24일 한덕수 대행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 탄핵소추에는 본래의 신분상 지위에 따른 의결정족수를 적용함이 타당하다”며 대통령 기준 의결정족수(200석)가 아닌 총리 기준(151석)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서 “헌재가 대행 탄핵 헬게이트를 열었다”고 비판했고, 당 지도부와 중진들도 “탄핵 남발의 최악 선례”(권성동 원내대표), “야당의 국정 마비 용인”(나경원 의원)이라며 잇따라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여당 수면 아래에서는 나쁠 게 없다는 기류도 있다. 여당 중진 의원은 “대행 탄핵 기준이 151석으로 굳어진 건 외려 민주당의 줄탄핵 헛발질을 유발하고 갈팡질팡하게 만들 수 있는 함정카드”라고 주장했다. 정족수 기준이 200석이라면 민주당이 줄탄핵을 다시 시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151석이라면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실제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4일 “헌재가 정족수를 재적의 3분의 2(200석)라고 판단했다면 최상목 부총리 탄핵이나 혹시 모를 한덕수 대행 재탄핵은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앞두고 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김종호 기자
여당에선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궁지에 몰렸던 여권이 반격의 기회를 잡은 계기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무리한 수사와 민주당의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등을 꼽는다. 여당 관계자는 “계엄 쇼크가 정국을 뒤집은 와중에 민주당의 독주 이미지를 환기했던 게 바로 민주당의 줄탄핵”이라고 했다.
특히 여당은 26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유죄가 선고되면, 다급해진 민주당이 줄탄핵 카드를 다시 꺼낼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궁지에 몰리면 줄탄핵을 요구하는 야권 강성층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라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강경파에 휘둘리면 중도층을 잡아야 할 우리 입장에선 찬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