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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 충원 현황 보니
기금·임상교수들 전임교수로 전환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지역 거점 국립대의대 교수 정원이 늘어나자, 서울대병원에서 전문의 2명이 의대 전임교수직을 얻기 위해 비수도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늘어난 교수 정원의 대부분은 기금·임상교수나 전임의들로 채워졌는데, 국립대병원에선 이들의 신분이 보장되면서 의료진 이탈을 막고 장기근무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25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각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 9곳으로부터 받은 전임교수 확충 현황을 보면, 올해 정부가 늘린 국립대의대 전임교수 정원 330명 중 287명(3월 기준)이 채용됐다. 남은 정원은 하반기에 추가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채용된 인원(287명) 중 90.9%(261명)는 기존에 국립대병원에서 기금·임상교수 또는 전임의(임상강사)로 근무하다 같은 대학 전임교수로 전환된 경우다. 대학 또는 병원의 별도 기금으로 채용되는 기금교수나 병원에 채용돼 진료하는 임상교수·전임의 중엔 안정적인 교육공무원 신분을 보장받는 전임교수 전환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동안 인사가 적체돼 정년이 다 되도록 전임교수직을 얻지 못한 채 병원을 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전임교수 정원 확대가 지역 국립대병원을 이탈하는 의사들을 지역에 계속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1천명의 전임교수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올해는 관련 예산 26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늘어난 정원은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배분됐다. 응급의료법에서 정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필수 당직 진료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정형외과·신경외과·심장혈관흉부외과·마취통증의학과·신경과·영상의학과) 10개와 응급의학과를 합친 11개 진료과에 채용된 전임교수 수가 87%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 국립대병원별 채용 현황 자료를 보면 소아신장, 신생아학, 뇌신경마취,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전문 의사들이 주로 채용됐다.

수도권의 대학병원에서 전임교수 정원이 생기지 않아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전문의들이 전임교수가 되기 위해 비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대병원 전문의 2명은 각각 강원대의대와 경북대의대의 전임교수로 채용됐고, 수도권 사립대병원의 한 전문의도 제주대의대 전임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지역 국립대병원은 이번에 전임교수 정원이 늘어나면서 의사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고 평했다. ㄱ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지금은 인력을 최소한 유지라도 하자는 것이 목표인데, 이번에 전임교수를 늘리면서 인력을 붙잡을 수 있었다”면서 “전임교수 전환이 된 만큼 기금·임상교수도 일부 추가로 채용했는데 수도권 병원에서 전임의를 했던 분들도 여럿 오셨다”고 전했다. ㄴ국립대병원 관계자도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국립대 교수를 하겠다는 소신 있는 사람들을 채용할 수 있는 루트가 없었는데 이번에 조금 숨통이 트인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기금·임상교수들의 신분이 전임교수로 바뀐 것이어서 국립대의대·병원 교수 전체 수가 충분히 늘어난 것은 아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전문의 배출이 끊긴 상황에서 기금·임상교수 인력을 추가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과제로 남았다. ㄱ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전문의가 전임의가 되고, 새로운 전임의가 나와야 진료교수, 임상교수, 기금교수 차례대로 채울 수 있는데, (의정갈등으로) 의료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아쉽다”면서 “전문의가 제대로 배출됐다면 채용이 더 활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의대 교수 출신인 김윤 의원도 “지금 당장은 지역 국립대병원의 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릴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정원을 늘린다면 인력을 보강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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