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옆에 서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오는 2028년까지 모두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향후 4년간 (미국 내) 210억 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면서 “이는 우리가 미국에 한 가장 큰 규모의 대미 투자”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히 이번 대미 투자와 관련 “핵심은 철강 및 부품에서 자동차에 이르는 미국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60억달러의 투자”라며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신설 계획을 소개했다. 정 회장은 “미국에서 보다 자립적이고 안전한 자동차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 것이다.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루이지애나주가 지역구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도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날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기업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나온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 및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를 예고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향후 4년 간 부문 별 투자 규모는 자동차 생산(86억달러), 부품·물류·철강(61억달러), 미래산업·에너지(63억달러) 분야 등이다.
우선 이번주 준공식을 하는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생산능력을 현재 30만대에서 50만대로 추가 확대한다. 이를 통해 미국 내에서 연간 12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부품·물류·철강 부문에서는 HMGMA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 설비를 증설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부품의 현지 조달도 추진한다. 특히 루이지애나주에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 제철소는 자동차 강판에 특화된 곳으로, 자동차 강판 공급 현지화를 통해 관세 등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하고,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의 사업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