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옥산면 전흥리에서 강풍을 타고 번진 산불이 민가를 덮치고 있다. 연합뉴스
영남을 덮친 대형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지만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에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 산불은 강풍을 타고 동쪽으로 번지고 있다. 안동시는 24일 오후 4시39분에 재난 문자를 보내 “의성 산불이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 야산으로 확산했다. 주민들은 즉시 대피하시길 바란다”고 안내했다.
안동시 길안면은 의성군 점곡면과 맞닿은 지역이다. 이곳은 산세가 험해 진화대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이 번지면서 진화대원들과 상황실 근무자들도 한때 급히 대피했고, 산불이 인근 휴게소 부속 건물에 옮겨붙어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저녁 8시 현재 진화율은 60%로 전날(65%)에 견줘 줄었다.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울산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일대 산불도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면서 경남 양산을 위협하고 있다. 양산 경계를 약 700m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태다. 늦은 오후 들어 바람이 잦아들면서 저녁 8시 현재 진화율은 95%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운산을 기준으로 온양읍 일대는 민가나 시설물이 거의 없지만, 양산 쪽에는 요양시설과 숙박시설, 식당 등이 모여 있다. 울산시는 경남 양산시에 방화선 구축과 주민 대피 등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남 산청 산불은 강풍 등의 영향으로 진화율이 낮 12시에 68%까지 떨어졌다가 저녁 8시에야 85%로 올랐다.
불길이 잡히지 않으면서 인명·재산 피해도 커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저녁 8시 현재 인명 피해는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6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경상자 수가 2명 늘었다. 이재민은 이날 하루에만 1908명이 늘어 밤 9시 현재 4650명으로 증가했다. 주택과 창고, 사찰, 공장 등 건물 134곳이 모두 타거나 일부 불에 탔다.
산림청은 이날 저녁 8시 현재 대형 산불로 1만584㏊의 산림이 불에 탔다고 밝혔다. 축구장 약 1만4800개에 이르는 면적으로, 2022년 3월 동해안 산불(2만523㏊) 이후 최대 규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직무 복귀 뒤 이미 선포된 경남 산청에 더해 울산광역시 울주군, 경북 의성군, 경남 하동군 등 3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창녕 군민체육관을 찾아 희생자를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