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탄핵 기각 이유는
특검법 거부권, 공동 국정 시도 등 파면 사유 인정 안 해
헌법재판관 불임명, 위헌이라면서도 “파면까진 아니다”
의결정족수 문제없다고 판단…정형식·조한창은 ‘각하’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정은 ‘기각 5인·인용 1인·각하 2인’으로 나뉘었다. 다수는 ‘비상계엄 공모·묵인·방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김건희 여사·채 상병 특검법 재의 요구,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시도,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등 탄핵소추 사유 5가지가 모두 파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과 연결될 수 있는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선 “한 총리가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판단만 내놓고 계엄의 위헌·위법성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정계선 재판관만 유일하게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지연,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계엄 선포를 공모·방조했다는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피청구인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불과 2시간 전 무렵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게 되었고 그 이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계엄 선포와 관련해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헌재가 비상계엄에 관해 밝힌 판단은 이 정도가 전부다.
이들 재판관은 한 총리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운영 체제’를 꾸리려고 시도했다는 국회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열어 김 여사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한 것을 두고도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 행사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거나 이를 조장·방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관들 판단이 갈린 건 ‘재판관 불임명’과 ‘내란 특검 후보자 추천 지연’이었다. 기각 의견을 낸 5인 중 4인(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한 총리의 재판관 임명 보류가 헌법·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다고 보진 않았다.
반면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에서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법적 행위로 논란을 증폭시켰다”며 “위헌과 위법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봤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는 현상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면서도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한 점을 두고 “모순적 국정운영”이라고 지적했다.
기각 의견을 낸 5인은 한 총리가 내란 특검 관련 후보자 추천을 지연시켰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 “추천 의뢰의 적절성과 그 영향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던 사정이 엿보인다”며 위헌·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헌재는 한 총리 측이 지적한 국회 의결 정족수 등 절차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대통령과 구별되는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 해당 공직 박탈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환수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 제도 취지 등을 종합하면 권한대행 중인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시 의결 정족수는 헌법에 따라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족하다”고 했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궐위·사고라는 비상상황에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자이므로 권한대행자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