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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 산청 산불 현장에 투입됐던 인력 4명이 불길에 고립됐다 숨졌습니다. 4명 중 3명은 창녕군 소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었습니다.

앞서 또다른 산불전문예방진화대 관련 사고가 지난 1월에 있었습니다. 전남 장성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에 지원한 70대 유 모 씨가 체력 시험을 치르다 숨진 겁니다. 유 씨는 쓰러지기 전 무게가 10kg 나가는 펌프를 등에 메고 아파트 10층 높이의 계단 2백여 개를 올랐습니다.

[연관 기사]반복되는 사고…‘사람 잡는’ 산불예방진화대 체력 검정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58994&ref=A

■겨울철 야외서 격렬 운동 …구급차, 제세동기 미배치

유 씨의 유족들은 장성군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소홀히 했다며 장성군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족들은 장성군이 현장에 구급차와 제세동기를 배치하지 않았던 점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또 지원자 대부분이 고령인데도 준비운동 같은 예방 조치가 없었고 사고 대처도 부실했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시험은 체감온도 영하의 겨울철 야외에서 진행됐습니다. 지원자 76명 중 대부분이 60세 이상, 70세 이상은 27명이 있었습니다. 지원자들은 추운 날씨에 준비운동도 없이 계단을 빨리 오르는 체력 시험을 치렀고 한 명이 쓰러졌습니다. 현장에는 보건소 보건행정팀 소속인 간호사 1명만 대기했을 뿐입니다.

타 시군과 비교했을 때 장성군이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볼 대목이 있습니다. 노동안전지킴이가 전남 22개 시군에 질의한 결과, 22개 시군 가운데 제세동기 없이 시험을 치른 곳은 장성군이 유일했습니다. 지원자 나이 제한이 없는 지역 중 구급차를 대기시키지 않은 곳도 장성군뿐이었습니다. 광양시과 강진군은 체력 검정을 치르지 않았고 신안, 구례, 완도, 고흥은 나이 제한을 뒀습니다.

■체력 좋아야 하지만 사실상 노인일자리

문제는 이런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산불을 예방하고 진화하는 비슷한 일자리 사업인 산불감시원까지 넓혀 보면, 지난 2020년 대구 군위와 창원, 울산에서 체력 시험 중 지원자가 숨지는 사고가 잇따랐고, 2021년과 2022년에도 전북 장수와 대구에서 비슷한 사망 사고가 있었습니다.

각 사고의 원인에는 개인의 병력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겠지만, 분명한 건 사망한 지원자가 모두 60대 이상 고령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전국 진화대원의 평균 나이는 61세입니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은 하루에도 여러 번 산을 올라야 할 수 있으니 좋은 체력은 필수입니다. 젊을수록 진화 업무를 더 잘 수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사실상 '노인일자리'로 여겨집니다. 하루 일당 8만여 원의 최저임금을 받고 봄철과 여름철 4~6개월만 일하는 한시직이라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노인들 사이에선 농한기에 할 수 있는 좋은 부업으로 인식돼 대체로 모집 인원보다 지원자가 많습니다.

■ 반복되는 사망 사고…개선책 없나

체력 검정 시험 중 반복되는 사망 사고를 관할 부처인 산림청이 줄일 순 없을까? 산림청에 적절한 체력 검정이나 안전 조치 방법이 뭔지 물었습니다. ' 직접일자리사업 종합지침'을 어기지 않았다면 각 지자체 사정에 맞게 운영하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체력검정 실시방법>
-각 기관이 응시인력 등을 감안하여 자체적(체력검정 기준 포함)으로 결정・시행
-( 예시) 물 채운 등짐펌프(15kg)를 지고 4km를 1시간에 들어온 자 등 지구력 위주
-순발력, 근력 등을 테스트하는 단거리 달리기, 무거운 중량(40kg이상) 들기는 하지 말 것
-상해보험 가입 및 위급상황에 대비 보건소 또는 119구급대 등 응급의료 인력 및 장비를 현장배치 후 실시

해당 지침에 따르면 최대한 빨리 계단 200개를 올라야 했던 장성군의 체력 시험 기준은 '지구력 위주'의 시험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사망 사고 이후 장성군은 체력 시험 난도를 확 낮췄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개선하는 처방보단 산림청이 선제적으로 사고를 예방할 순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진화대의 고령화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진화대원 고령화는 선발 과정의 안전 사고 위험뿐 아니라, 실제 진화 활동을 할 때 사고 위험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경남 산청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사망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3명도 모두 60대였습니다. 반복되는 사망 사고의 원인을 찾고 근본적으로 개선할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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