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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의견 "재판관 임명보류, 위헌·위법하지만 파면할 잘못 아냐"
"계엄 때 적극적 행위 없었다…권한대행 탄핵 정족수는 국무총리 기준 적용"


입장하는 헌법재판관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2025.3.24 [공동취재]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황윤기 이도흔 기자 =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한 총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한다.

헌재는 이날 오전 한 총리 탄핵심판의 선고기일을 열고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재판관 8명 중 5인이 기각 의견을, 2인이 각하 의견을, 1인이 인용 의견을 냈다.

기각 의견을 낸 5명 중 4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한 총리가 국회에서 선출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이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면서도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 재판관은 우선 "(재판관) 선출 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청구인(한 총리)은 국회가 선출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할 헌법상 구체적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했다.

아울러 "피청구인은 재판관 선출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회로부터 재판관 선출 통지를 받기도 전에 국무회의나 담화문 등을 통해 여야 합의를 전제로 재판관을 임명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등, 국회가 선출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미리 종국적으로 표시함으로써 헌법상의 구체적 작위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다만 "임명 거부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 또는 의사에 기인했다고까지 인정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헌재,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재 재판관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5.3.24 [공동취재] [email protected]


김복형 재판관은 다수의 견해인 기각 의견에 동참하면서도, 대통령에게 '즉시 임명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가 그 자체로 위헌·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회는 한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으므로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각 의견을 낸 5인과,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까지 총 6인은 "피청구인(한 총리)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들 재판관은 한 총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체제'를 꾸리려 시도했다는 탄핵소추 사유도 "(한 총리가) 행정부와 입법부간 '독립성의 원리'에 의해 이뤄지는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몰각하려는 의도까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열어 '채상병·김여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는 탄핵소추 사유에 관해서도 재판관들은 "(한 총리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인 재의요구권 행사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거나 이를 조장·방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른바 '내란 특검'의 후보자 추천 지연에 관해서는 판단이 나뉘었다. 정계선 재판관을 제외한 5인은 "추천 의뢰의 적절성 및 그 영향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던 사정이 엿보인다"며 위헌·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후보자 추천을 제때 의뢰하지 않아 '수사권 논란'이 해결되지 않는 등 문제를 초래했으므로 특검법·헌법·국가공무원법 등을 중대하게 어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관 임명 거부 역시 파면할 만큼의 잘못이라며 인용 의견을 냈다.

정 재판관은 "최상목은 현재까지도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고 있고 이로써 헌정질서 수호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데 이는 피청구인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총리 탄핵소추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3인 중 조한창·정계선 재판관만 임명했다.

질문에 답하는 한덕수 권한대행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직무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3.24 [email protected]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 기준(200석) 의결 정족수가 적용돼야 하는데 총리 기준(151석)이 적용됐으므로 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한 총리 측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다수 재판관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에는 본래의 신분상 지위에 따른 의결정족수를 적용함이 타당하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령상으로 대행자에게 미리 예정된 기능과 과업의 수행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로써 '권한대행' 또는 '권한대행자'라는 공직이나 지위가 새로 창설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 등 2인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며 의결 정족수를 대통령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고, 따라서 국회의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국무총리로서의 직무집행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집행을 포괄해 탄핵소추 사유가 구성된 경우, 대통령 기준으로 의결정족수를 따지는 것이 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게 두 재판관의 견해다.

[그래픽] 헌법재판관 현황 - 최상목 대행 헌법재판관 2명 임명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김토일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중 정계선 후보자와 조한창 후보자 2명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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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던 한 총리도 12월 27일 탄핵심판에 넘겼다.

헌재는 두 차례 변론준비, 한 차례 변론을 거쳐 탄핵 소추로부터 87일 만인 이날 심판을 선고했다.

계엄 사태와 관련해 형사 재판, 탄핵소추 등에 넘겨진 고위 공직자 중 사법기관으로부터 본안 판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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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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