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왼쪽)이 작년 5월 10일 경기 화성시 소재 반도체기업 HPSP를 방문,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김용운 대표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3월 21일 17시 2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반도체 공정기기 업체 HPSP가 매각 본입찰 일정이 미뤄질 전망이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후보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미지근해서인데, 시장에서는 HPSP의 주가가 매각 기대감으로 과열돼 있어 어느 정도 조정을 겪어야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가 내려야 매각 측이 원하는 몸값도 원매자들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PSP 매각 주관사 UBS는 당초 이달 중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하려 했으나, 일정을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각 작업이 멈췄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말 UBS는 HPSP 인수 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블랙스톤을 선정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칼라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이들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예비입찰에 참여해 실사 중인 후보들이 “몸값이 너무 비싼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크레센도가 보유한 HPSP 경영권 지분 40.8%로, 매각 측이 기대하는 가격은 약 2조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코스닥시장에서 HPSP의 시가총액이 2조4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0%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바라는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 지분 전량을 사는 것도 아니고 상장사인데다 지분율이 40%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2조원은 과하게 비싼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PSP의 기술이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될 수 있다는 예상이 있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이렇다 할 고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게 맞는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전방 산업인 반도체 산업 업황이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HPSP의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20일 공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HPSP의 작년 영업이익은 939억원으로 전년(952억원)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18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가량 늘었다.
이에 NH투자증권은 “전방 산업의 투자 감소를 반영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다”며 목표주가를 4만2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내리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이 제시한 HPSP의 목표가는 지난해 5만3000원에서 꾸준히 하향 조정돼 왔다.
IB 업계 관계자는 “PE가 갖고 있는 매물인 만큼 언젠가 매각하긴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매각 측과 원매자들의 눈높이 차이가 커서 언제쯤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