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운명의 일주일’이 다가왔다. 이번 주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향후 정국을 좌우할 주요 사건의 선고가 잇따라 내려질 전망이다.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시작으로 26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도 이번 주 중에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선고 결과에 따라 당사자의 정치적 운명을 넘어 정국에 끼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 ‘한덕수 탄핵’ 먼저 결론···윤 대통령 탄핵 결론은 언제?
‘운명의 일주일’은 24일 한 총리 탄핵심판 결정으로 시작된다. 헌재는 24일 오전 10시 한 총리 탄핵심판의 결정을 선고한다. 한 총리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쟁점 일부가 겹치기 때문에 한 총리에 대한 결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예측하는 실마리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시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도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1차 준비기일과 달리 윤 대통령은 이날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4일로 사건 접수 100일째를 맞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결정도 이번주 중에 내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이날 오전에는 한 총리 사건을 결정하고, 오후엔 윤 대통령 사건 평의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헌재는 “대통령 탄핵 사건이 최우선”이라는 방침과 달리 먼저 변론을 마친 사건들부터 연달아 선고하며 계류중이던 탄핵 사건을 모두 처리했다. 이를 따른다면 윤 대통령 사건 결정이 다음 차례다. 또 헌재가 지난달 25일 변론을 마치고도 한 달 가까이 고민을 이어가면서 정치·사회적 혼란도 커진 만큼 이날쯤엔 선고일을 정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주요 사건을 목·금요일에 주로 선고해 온 전례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도 27~28일쯤에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 탄핵 사건 중 ‘최장 평의’ 기록을 세우고,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헌정사상 최초로 월요일에 잡은 것도 이미 관례를 벗어난 결정이라 ‘24일 공지 후 25일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선거법 항소심’도 이번주 선고…대선 전 대법 판결 나오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는 26일 열린다. 1심에서 당선무효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가 대법원에서도 같은 형을 확정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대법원이 강조하는 ‘6·3·3 원칙(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은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마무리한다)’을 따른다면 대법원 선고 마지노선은 6월26일이다.
헌재가 윤 대통령을 파면한다면 헌법에 따라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당초 정치권과 법조계는 헌재 결정이 3월 중순쯤 나오고, 대선은 5월에 치르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봤다. 이 경우엔 대법원이 아무리 심리에 속도를 내도 이 대표의 대선 출마에는 무리가 없다는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윤 대통령 사건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이 대표는 ‘대선 전에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조기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4월로 넘어가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더 부각될 수 있다. 헌재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4월18일 전에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두 재판관 퇴임 직전인 4월 중순에 결정이 나오면 대선도 6월 중반으로 늦춰진다. 대선 일정이 이 대표 상고심 선고 기한과 가까워지면 여권에서는 ‘대법원이 이 대표 선고를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과 총리,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제1야당 대표가 이번주 어떤 사법 판단을 받는지에 따라 향후 정국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매듭짓는 새 국면으로 향할 수도, 또 다른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