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선고 임박, 폭력 위험수위
정치·종교인들도 잇단 극언
“지지자에 승복 메시지 내야”
정치·종교인들도 잇단 극언
“지지자에 승복 메시지 내야”
지난 22일 서울 시내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위)와 반대 집회(아래)가 각각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한국 사회의 폭력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거리에선 시민과 공권력을 향한 폭력 사건이 빈번해졌다. 갈등을 치유해야 할 종교 지도자들이 폭력을 선동하고, 정치 지도자들도 극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심리적 내전’ 상태에서 폭력이 표출되는 ‘거리의 내전’ 상태로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들이 헌법재판소 선고 승복과 국민 통합을 위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 일부가 지난 20~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민과 경찰에 폭언과 폭력을 행사해 입건됐다. 지난 20일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 등은 탄핵 찬성 집회에 난입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25일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트랙터 상경 집회’를 예고하자 탄핵 반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밀어버리고 싶다” “간첩 집단”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농민단체와 보수단체 간 충돌이 우려된다.
정치인들도 폭력에 노출됐다. 백혜련·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날계란을 맞았다. 같은 날 기자회견을 하러 헌재를 찾은 이재정 민주당 의원도 탄핵 반대 시위 중이던 60대 남성에게 허벅지를 가격당했다고 밝혔다.
전날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김재섭·안철수 의원 등 탄핵에 찬성한 일부 여당 정치인 사진을 밟고 지나가는 ‘밟아밟아 존’이 마련됐다.
평화와 화합을 이끌어야 할 일부 종교인들도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이재명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며 “헌법재판소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자인 소기천 전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암살 계획의 성공을 빈다”고 남겼다.
정치권의 언어도 거칠어졌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경찰이든, 국민이든 누구나 (최 대행을) 즉시 체포할 수 있다”며 “몸조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대표 피습 사건을 두고 “이 대표가 목을 긁힌 뒤 죽은 듯 누워 있었다”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자를 향한 메시지만 내며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SNS를 통해 산불 인명 사고에 대한 입장을 냈지만, 탄핵심판 선고 승복에 대해선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 체포 후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에게 “마음 같아서는 이재명 대표도 쏘고, 나도 자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발언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정치 양극화가 심리적 내전에서 거리의 내전으로 진화해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며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윤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승복하고 폭력을 자제하라’는 말을 하지 않으니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고 양쪽 다 사생결단으로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권이 강성 지지층을 고려해 혐오 정치만 일삼으니 국론 분열이 심화되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갈등과 폭력을 조장해선 안 되고 이를 자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현 상황을 “양 진영이 과도하게 예민해져 있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심리적 내전 상태에서 폭력까지 쓰게 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며 “정치인들이 법원을 압박하고 거리로 나서는 것보다 이제라도 헌재 선고 결과에 승복하고 국민 통합을 위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