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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에서 21일 발생한 산불 진화작업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23일 시천면에서 헬기가 물을 뿌려 진화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3일 오후 3시 20분, 전날 경남 산청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목숨을 잃은 창녕군 산림녹지과 소속 8급 공무원 고(故) 강모(33)씨의 빈소엔 적막이 흘렀다. 가족 대기실에서 “아이고 어떡해”라며 흐느끼는 가족의 음성만 이따금 들렸다. 조문하러 온 10명가량은 빈소에 들어서지 못하고 접객실에 앉아 숨죽여 눈물을 훔쳤다. 고인의 큰아버지인 강인수(74)씨는 젖은 눈으로 조카의 영정사진을 마주한 채 술을 들이켰다.

고인이 변을 당한 전날 고인의 누나와 매형, 큰아버지 강씨 등이 참석한 조카 100일 잔치 가족 모임이 있었다. 가족들이 술을 기울이던 때 고인은 산불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호출을 받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남 산청 산불 현장서 공무원 한 명이 실종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카 일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강씨는 얼마 뒤 비보를 들었다. 강씨는 “어쩐지 어제 소주가 안 넘어갔다”며 땅을 치고 울먹였다.

23일 창녕군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창녕군 녹지직 공무원 고 강모(33)씨의 빈소 앞에 창녕군 공무원 노동조합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오소영 기자.

고인은 자랑스러운 조카이자 집안의 자랑이었다고 한다. 강씨는 “조카가 공무원이 됐을 땐 가족들이 기뻐서 춤을 췄다”며 “잘생긴 내 조카, 참 멋있었던 내 조카가 선도 보고 결혼하는 것까지 봐야 하는데 이렇게 가버리니…”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강씨는 2021년 창녕군 산림녹지과로 발령받아 근무했던 4년 차 공무원이었다.

유족들은 고인이 사복 차림으로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2시 넘어서 확인한 시신은 성인 남성이었다고는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고 한다. 강씨는 “몸무게가 80㎏는 되는 덩치 좋은 조카가 알아볼 수조차 없는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별다른 안전 장비 없이 마스크 하나 달랑 쓰고 갔던 것 같은데 사실일 경우 책임자를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창녕군 관계자는 “직접 불을 꺼야 하는 인력들인 만큼 난연성 기능이 있는 진화복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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